‘하극상’ 이석구 전격 경질… 非육사 출신에 수술 맡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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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남영신 기무사령관 임명
사령부 유지로 본연의 역할 계속… 이름 바꾸고 인력-조직 대폭 축소

문재인 대통령이 3일 현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하고 ‘새로운 사령부’의 설치를 지시한 것은 그간 누적된 기무사의 문제들이 해체 수준의 재탄생 없이는 바로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사령부 체제 유지, 국방부 본부 체제로 변경, 외청(外廳)으로 변경 등 기무사 개혁위원회의 세 가지 권고안 중 군 안팎에서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예상됐던 ‘사령부 유지안’을 택한 것은 장관 견제, 문민 통제 등 기무사 본연의 역할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 사령관을 전격 경질한 것은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의 보고 과정에서 불거진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의 ‘진실 공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문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의 직속 부하(이 사령관)가 국회 공개석상에서 장관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항명이자 하극상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새로운 사령관을 임명해 기무사 해체 및 재편 과정을 맡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비(非)육사, 민간 출신이 중심이 된 기무사 개혁을 주문하며 앞으로 국방개혁 과정에서 군의 주류인 육사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비육사 출신인 남영신 신임 사령관(56·학군 23기)을 임명하며 “신속하게 (기무사에) 비군인 감찰실장을 임명해 조직 내부의 불법과 비리를 철저히 조사하고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과 남 신임 사령관에게 “기무사 댓글공작 사건, 세월호 민간인 사찰, 계엄령 문건 작성 등 불법행위 관련자를 원대 복귀시키라”고 지시했다. 군 스스로 과거 기무사의 잘못된 행위들을 완전히 뿌리 뽑으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남 사령관은 문 대통령이 지시한 ‘새로운 사령부 창설준비단’과 함께 기무사의 조직과 기능, 임무를 해체 수준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주도하게 됐다. 창설준비단 단장으로는 기무사 개혁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신경철 예비역 육군 준장 등이 거론된다.

1950년 육군 특무부대로 출발해 1977년 국군보안사령부를 거쳐 1991년 현재의 이름을 얻었던 기무사는 27년 만에 다시 명칭이 바뀌게 됐다. 여기에 인력, 조직도 대폭 축소되지만 군 통수권 보좌 기능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 개혁위가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에 대해 ‘원칙적 폐지’를 권고했지만 통수권자의 요구 시 응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단 것도 이를 고려한 정황으로 해석된다.

송 장관의 거취도 관심사다. 청와대가 유임이나 경질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예측은 엇갈리고 있다. 군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송 장관 흔들기’를 문건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로 본 것 같다”며 “송 장관에게 기무사 개혁 등 국방개혁을 계속 맡기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했다. 그러나 한 여권 관계자는 “기무사 문제보다 더 큰 것은 국방개혁을 이끌어 갈 동력이 송 장관에게 있느냐는 점”이라며 “당장이 아니어도 추후 개각 과정에서 장관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기무사#이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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