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北, 유엔결의 위반”… 만찬 안나와 리용호 조우 불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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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ARF서 총력 외교전

북-미 외교장관의 싱가포르 회동으로 기대를 모았던 3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회담은커녕 조우조차 없었다. 대북제재에 쐐기를 박겠다고 ARF를 찾은 미측에 맞서듯 리 외무상이 양자회담 계기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ARF 회원국 외교장관들이 모두 모이는 환영만찬에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 회담은커녕 인사도 안 한 北-美

비핵화가 먼저냐 체제 보장이 먼저냐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북-미 간의 만남 여부는 ARF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날 오전 차례로 도착한 리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은 양자 대면 없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다. 대북제재를 강조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려는 미국과 체제 보장을 요구하는 북한이 지지 세력을 모으는 기 싸움을 벌인 것. 지난해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사실상 ‘왕따 신세’였던 리 외무상은 이날 하루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 7개국과 양자회담을 가지며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비핵화 협상이 소강 국면에 접어든 상태에서 미국은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마지막 지렛대로 대북제재를 꺼내 들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들(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 하나 또는 둘 다 위반하고 있다.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결과를 달성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도 “이번 ARF에서 제재 이행 의무를 상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리 외무상은 이날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한 아세안 회원국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언급하면서 “북한 핵문제에 대해 많은 진전이 이뤄졌는데도 왜 아직 유엔 제재가 해제되지 않느냐”고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미군 유해 송환 직후 “북한이 한 약속들이 지켜질 것이라는 추가적 증거에 대해 매우 희망적”이라고 말한 지 이틀도 채 되지 않아 북-미 간 논의가 도돌이표로 변했다.

○ 종전선언으로 북-미 달래기 나선 韓中

냉랭한 외교라인과 달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군 유해 송환을 기점으로 친서를 주고받으며 유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백악관은 “계획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2차 정상회담 개최설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 “폼페이오 장관에게는 방북 일정이 끝나자마자 비판을 보냈던 북한이 트럼프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관료들 사이에서 트럼프를 떼어 놓으려는(decouple) 시도”라고 경계했다.

종전선언도 한반도 주변국으로부터 끊임없이 화두에 올랐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남북미 외교장관과 연쇄 회동을 하며 ‘4자 종전선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 부장은 “종전선언은 비핵화를 견인하는 데 있어 긍정적이고 유용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 북측 관계자는 북-중 회담 내용에 대해 “조선반도의 평화 보장과 관련돼서 두 나라 사이에 전략전술적 협동 토의를 했다”고 밝혀 종전선언이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환영 만찬장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이 리 외무상에게 별도 남북 외교장관 회담 필요성을 밝혔지만 북측은 응할 입장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우리 외교당국자가 밝혔다.

싱가포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폼페이오#리용호#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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