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진보 정치인 노회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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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진보 성향의 정치 세력을 좌파라 하고 보수 성향의 정치 세력을 우파라 합니다. 좌파를 좌익, 우파를 우익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좌익(左翼)은 ‘왼쪽 날개’라는 뜻이지만 정치적으로는 급진적·혁신적 정파를 의미합니다. ‘오른쪽 날개’ 우익(右翼)은 점진적·보수적 정파를 의미합니다. 좌익과 우익이라는 정치적 용어의 어원은 프랑스 혁명 직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프랑스 혁명 후 기존 의회가 해산되고 보통선거를 통해 국민공회가 소집됩니다. 1792년 9월 21일 국민공회는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선포함으로써 프랑스 제1공화국을 수립합니다. 당시 국민공회 의사당의 왼쪽에는 급진적인 자코뱅파(공화파) 의원들이 앉았고 오른쪽에는 보수적인 지롱드파(왕당파) 의원들이, 가운데에는 중도파인 마레당 의원들이 앉았습니다. 이때부터 혁명에 소극적인 온건 보수 세력을 우익으로, 상대적으로 혁명에 동조하는 급진적인 세력은 좌익으로 나누는 관행이 정착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유럽 의회에서는 공산당 녹색당 사민당 의원들은 의장석에서 보면 왼쪽에 앉고, 보수 정당의 의원들은 오른쪽에 앉습니다.

전통적으로 좌파와 우파를 가르는 몇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핵심 가치 면에서 좌파는 평등, 우파는 자유를 중시합니다. 국가와 시장의 관계 면에서 좌파는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우파는 시장의 자율성을 상대적으로 강조합니다. 경제 정책에서 좌파는 분배를, 우파는 성장을 우선시합니다.

지난주 진보 정치인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드루킹 진영으로부터 받은 금품이 원인이 됐습니다. 노회찬은 정치자금을 받고 후원금 처리 절차를 밟지 않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유서에는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며 “죄송하다”고 적었습니다.

정치인 노회찬은 기득권에 저항하면서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등을 위해 진보 이념을 현실 정치 속에서 실천해온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분단국가에서 진보 이념을 실천하며 사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임에도 그는 늘 유머와 위트를 잊지 않았습니다. 인간미 넘치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논객인 노회찬은 왼쪽 날개를 통해 정치적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7월 27일 노회찬의 영결식이 국회 앞마당에서 열렸습니다. 운구차 옆에 늘어선 19명의 청소 노동자들의 눈물의 배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치의 본질이 못 가진 자, 없는 자, 슬픈 자, 억압받는 자 편에 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그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립니다.

정치는 인간의 삶을 만들어가는 창조적 행위입니다. 정치가는 공익적 삶을 설계하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입니다. 좌와 우가 균형을 이룰 때 멋진 건축이 완성되듯 정치인 노회찬이 굳건히 지킨 왼쪽 날개의 의미를 우리 세대는 평가할 것입니다.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며 토론과 타협을 통해 정치적 상상력이 확장되기를 희망해봅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진보 정치인#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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