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은 우아한 피겨 관람, 가족끼리는 짜릿한 썰매 제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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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평창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맞춤가이드
무슨 경기 보고 뭘 먹을까

《평창 마운틴 클러스터, 강릉 코스털 클러스터, 아이스 아레나…. 평창 겨울올림픽에 가고 싶긴 한데 도통 뭐가 뭔지 모르겠다. 문화 행사도 매일같이 열린다는데 어디에 어떻게 가서 무엇을 해야 할까. 마음은 굴뚝같은데 아는 게 없어 좌절 중인 커플, 가족, ‘혼족’, 외국인 등 4색(色) ‘평알못’(평창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완전 정복 가이드를 준비했다. 평창 가는 길에 들으면 좋을 추천 음악도 담았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D-6일. ‘평알못’(평창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방대한 일정표 앞에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하고픈 건 많고 시간은 없고.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고 체험하고 먹어야 할까. 커플, 가족, 혼자 시간 보내는 것이 편한 ‘혼족’, 외국인을 위한 4색(色) 맞춤 가이드를 준비했다.

○ 커플-우리 둘이 분위기 있게

▽관람 추천 경기


서늘한 공기 속에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다 보면 없던 정도 생기기 마련. 이 때문에 커플은 어떤 경기를 봐도 실패할 확률이 작다. 굳이 꼽자면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의 꽃’ 피겨스케이팅을 권한다. 새하얀 빙판과 클래식 음악이 잊을 수 없는 분위기를 선물할 것이다. 최신 시스템으로 온도 15도, 습도 40%가 유지돼 관람 환경도 쾌적하다.

▽경기장 볼거리

평창 올림픽플라자 문화ICT관에서는 신비한 빛의 세계가 기다린다. 건물 밖에서 시작되는 빛의 흔적을 좇다 보면 벽면을 가득 메운 불상 벽과 마주한다. 작품명은 류재하의 ‘한국을 느끼다’. 이어 텔레비전 모니터 166개로 만든 ‘거북’, ‘네온TV’, ‘비디오 샹들리에’ 등 백남준의 작품이 나타난다. 이중섭, 이응노 등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 20점도 전시됐다. 가상현실(VR) 체험존에서는 실제 눈밭을 질주하는 듯한 아찔함을 느낄 수 있다.

▽인근 즐길거리

―대관령 하늘목장: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곳. 영화 ‘겨울왕국’ 속 못지않은 설경에서 눈썰매, 트랙터 드라이브 등을 체험할 수 있다. 033-332-8061

―월정사 전나무 숲길: 일주문에서 월정사 앞 금강교까지 1km 남짓한 전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피톤치드 향이 그득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면 몸과 마음이 생기를 되찾는 듯하다.

―무이예술관: 2001년 폐교를 개조해 만들었다. 건물 내·외부에 그림과 조각 등이 전시돼 있는데, 평소 전시를 즐기는 커플이라면 가볼 만하다. 낡은 학교 건물에서 서로의 학창 시절을 공유하면 관계 지수가 ‘업’된다. 033-335-6700

▽먹거리

평창군 봉평면 메밀거리에는 메밀 전문 음식점이 모여 있다. 봉평산 메밀에 간장소스와 마늘향으로 맛을 낸 메밀파스타가 별미. 김치나 나물을 넣어 부친 메밀전병, 시원한 메밀 막국수는 배불러도 맛보자.

○ 가족-아이들과 시끌벅적

▽관람 추천 경기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속도감 있고 경기시간이 짧은 썰매 종목을 추천한다. 썰매는 모양과 타는 방법에 따라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로 나뉜다. 스켈레톤은 썰매에 엎드려서 머리부터 내려온다. 루지는 썰매에 누운 채 발부터 하강한다. ‘빙판 위의 F1’으로 불리는 봅슬레이는 2명 또는 4명이 트랙을 고속 질주한다.

▽경기장 볼거리

평창과 강릉의 라이브 사이트에서는 매일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생중계하고 응원전을 펼친다. 경기가 없을 때는 난타, 케이팝 콘서트 등 공연이 열린다. 특히 강릉 라이브 사이트에서는 무료 개방 아이스링크 등 겨울 스포츠도 체험할 수 있다. 대회 기간에 투입되는 11종의 로봇 85대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 경기장 곳곳에 안내로봇, 서비스로봇 등이 배치된다.

▽인근 즐길거리

―대관령 양떼목장: 올림픽플라자에서 차로 10분 거리. 한겨울엔 양들을 방목하지 않아 축사에서 건초를 주고 양털을 만질 수 있다. 설원 한가운데 오뚝 선 오두막을 배경으로 ‘가족 인생샷’을 노려봄 직하다. 033-335-1966

―평창송어축제: 진부역 인근 진부면 오대천 일대에서 열리는 송어축제에서는 얼음낚시, 맨손잡기는 물론이고 얼음 자전거와 스케이트도 체험할 수 있다. 추위를 막기 위해 텐트를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게 좋다. 033-336-4000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 진부역에서 차로 1시간 반 이상 걸린다. 다소 멀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탐험이 가능한 동굴이라 놓치기 아깝다. 일정을 확인한 뒤 예약하고 가면 배를 타고 동강이 품은 동굴 내부를 체험할 수 있다. 소요 시간은 1시간 반. 9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은 입장할 수 없다. 033-334-7200

▽먹거리

신나게 놀았으니 이제 먹을 차례. 평창군 대관령면 인근에 포진한 한우타운에서 가족 고기파티를 벌이는 건 어떨까. 한우의 대명사 횡성뿐 아니라 대관령, 강릉, 정선 등 강원도 전역에서 품질 좋은 한우를 맛볼 수 있다.

○ ‘혼족’-나 홀로 유유자적

▽관람 추천 경기


프리스타일스키는 ‘설원의 꽃’, ‘설원의 곡예’라 불린다. 한 편의 행위예술처럼 화려한 공중기술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4명의 선수가 동시에 펼치는 공중곡예전은 혼자라도 외로울 틈을 주지 않는다. 경기 장소는 휘닉스파크리조트.

▽경기장 볼거리


강릉 올림픽파크에서는 매일 60여 명이 퍼레이드를 한다. 국방부 취타대가 대열을 이끌고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가 뒤를 따른다. 뮤지컬 쇼 형식이라 남녀노소 함께 즐기기 좋다.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안성 남사당바우덕이축제’, ‘한복 플래시몹’ 등 신명나는 행사가 한가득이다. 밤을 아름답게 수놓는 ‘진주 남강 유등축제’, ‘서울 빛초롱축제’도 놓치지 말자.

▽인근 즐길거리

―커피거리: 열 친구보다 커피 한 잔이 고마울 때가 있다. 아름다운 안목해변의 커피거리에서 인생 커피를 진하게 한잔 하자. 평소 소홀히 했던 독서, 걷기, 사색까지 더해지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경포대: 강원의 대표 관광지인 경포대에선 이달 25일까지 ‘파이어 아트 페스타 2018’이 열린다. 대한민국 전통 향가인 ‘헌화가’에서 영감을 얻어 해변에 설치된 미술작품을 정해진 기간에 불태우는 제의적인 행사다.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주인장이 60여 년간 수집한 축음기, 오르골, 라디오 등 25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축음기 시절 아날로그 음악이 마련된 음악감상실은 방문객을 과거로 안내한다. 에디슨과학박물관에 전시된 에디슨의 대표 발명품 2000여 점도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033-655-1130

▽먹거리

다리가 아파 오면 강릉역에서 차로 20∼30분 떨어진 주문진으로 이동하자. 홍게, 대게, 킹크랩, 랍스터 등 갑각류를 저렴하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석양을 배경으로 ‘혼술’을 기울이며 고독을 만끽하자.

○ 외국인-“아이 러브 평창”

▽관람 추천 경기


한국은 쇼트트랙 강국으로 통한다. 한국만의 노하우가 이어져 왔고 여기에 기술력이 더해지며 국제무대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국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장을 찾아도 좋지만 한국에 왔으니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뜨거운 응원 문화를 경험해 보길 권한다.

▽경기장 볼거리

평창 올림픽플라자 전통문화관에는 침선(바느질로 옷과 장신구를 만드는 것), 갓일(갓을 만드는 것) 등 무형문화재들의 시연이 마련됐다. 대금, 가야금, 판소리 등 전통 공연도 즐길 수 있다. 한옥으로 꾸며진 전통문화마당에서는 탈춤 공연이 열린다.

▽인근 즐길거리

―오죽헌: 보물 제165로 지정된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생가. 강릉이 배출한 여러 문인과 예술인을 기리는 명소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동절기에는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033-660-3301

―강릉예술창작인촌: 오죽헌과 붙어 있는 이곳은 원래 초등학교였다. 학생들이 떠난 빈자리는 개성 넘치는 수공예 작품들이 채우고 있다. 2층 동양자수박물관에 전시된 수백 년 전의 자수들이 외국인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033-642-2210

―정동진: 1995년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해진 정동진도 지척에 있다. 해안을 따라 뻗은 레일바이크, 모래시계 공원 등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먹거리

강릉 중앙시장에서 닭강정, 매운 칼국수, 감자옹심이, 아이스크림 호떡 등에 도전해 보자. 시끌벅적하고 푸근한 한국의 시장 인심은 덤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평창올림픽#가이드#먹거리#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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