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여름 모기, 겨울에 미리 잡는다
더보기

여름 모기, 겨울에 미리 잡는다

김예윤기자 입력 2018-01-22 03:00수정 2018-01-22 03:00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지자체 모기유충 방제 나서
18일 서울 용산구보건소 직원들이 모기 유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화조를 열어 오수를 확인하고 있다. 여름철 모기 확산을 막기 위해 이렇게 겨울에 미리 예방 활동을 한다. 용산구 제공
더위에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 무렵 귓가에 몰려온 그들 때문에 잠에서 깨곤 한다. 그대로 잠을 청했다가는 다음 날 아침 몸 곳곳에서 그들이 문 흔적을 보게 된다. 그 많은 모기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18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매봉경로당 앞 주차장. ‘오수’라고 적혀 있는 녹슨 철제 맨홀 뚜껑을 열었다. 진한 흙빛의 액체가 바닥에 고여 있다. 허리를 숙여 들여다보면 컴컴하게 더 깊은 곳이 있다. 저절로 숨을 참게 된다. 화장실 대소변과 생활하수 등 각종 오수가 모이는 정화조다. ‘그들’이 그 아래에서 조용히 여름을 준비하고 있었다. 모기와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용산구보건소 건강증진과 감염병관리팀의 빠지지 않는 겨울철 하루 일과는 장구벌레라고도 불리는 모기 유충 방제 활동이다. 하루에 2번 오전과 오후 지하철, 학교, 시장, 사회복지시설 등 10여 곳을 돌며 정화조를 확인한다. 400가구 이상이 거주하는 공동주택, 특히 전염병에 취약한 저소득층 가구나 민원이 발생하는 지역도 대상이다. 용산구에 있는 점검 대상 시설은 약 400곳이다. 지난해 12월 학교와 시장, 지하철 등을 확인한 월동 모기 퇴치 기동반은 이날 어린이집과 경로당 등을 방문했다.


모기 유충은 따뜻하고 고인 물 속에 산다. 깨끗한 물보다는 수질이 떨어지는 물에 서식한다. 도심의 하수구나 정화조가 모기 유충이 자라기 좋은 곳이 되는 것이다. 정화조 뚜껑을 열어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샘플’을 뜨는 것. 끝에 동그란 흰색 통이 달린 길이 1m가량의 막대를 집어넣어 오수를 뜬다. 모기 유충이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흰 바가지에 노르스름한 빛을 띤 액체가 담겼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유물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검은 실이 꿈틀거렸다.

주요기사

“방금 움직인 거 보셨어요? 검은색 참깨 같은 게 모기 유충이에요.”

매봉경로당 앞 정화조에서 뜬 샘플에서는 모기 유충 4마리가 나왔다. 보건소 관계자는 “보통 뜨면 1마리 나올까 말까인데 이 정도면 상당히 많이 나온 편”이라고 말했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박봉운 씨(81)는 “경로당 위에 바로 매봉산이 있어 여름이면 늘 모기로 골치가 아프다. 잘 없애 달라”고 말했다.

모기 유충을 확인한 후 정화조에 유충 구제제를 투입했다. 약은 크게 두 가지 종류다. 유충의 성장을 억제해 모기 성충으로 자라지 못하게 하는 흰색 걸쭉한 액체 형태와, 유충을 아예 터뜨려 죽이는 갈색 과립 형태의 약이다. 약 투입은 두 가지 모두 한다. 경로당 앞 정화조에는 액체 50mm와 과립 2봉지(200g)를 넣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모기들도 약에 내성이 생겨 2, 3년에 한 번은 비슷한 효과를 가진 다른 약을 쓰기도 한다. 모두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설명했다. 약품은 유충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만일을 대비해 넣는다. 또 정화조를 외부에서 열 수 없는 경우 화장실 변기에 약을 넣어 흘려보낸다. 약이 흘러내려 가는 과정을 생각해 이때는 약품을 평소의 2배에서 4배까지 더 넣는다.

보건소 관계자는 “겨울에 웬 모기를 잡느냐고 생각하지만 성충 암모기 한 마리가 일생 동안 200∼750개의 알을 낳는다. 유충 한 마리를 잡으면 모기 500마리를 잡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시작한 월동 모기 퇴치 기동반은 다음 달까지 활동한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모기#방역#여름#겨울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