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전쟁이 가장 무서운 건 죽음에 대해 아무 감정도 없다는 것”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9월 7일 11시 55분


코멘트
사진= JTBC ‘차이나는 클라스-질문있습니다’
사진= JTBC ‘차이나는 클라스-질문있습니다’
소설과 황석영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과거를 언급하며 “전쟁의 가장 무서운 점은 죽음에 대해 아무 감정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석영은 6일 방송된 JTBC ‘차이나는 클라스-질문있습니다’에 출연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역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황석영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험한 꼴을 많이 봤다”고 운을 뗐다.

그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들을 생생하게 많이 봤다”며 “군사작전 중 대대적인 살육이 벌어진 것도 봤다”며 당시의 참상을 전했다.

이어 “미군이 휩쓸고 간 마을에서 교회를 방문했던 적이 있는데, 문을 열자마자 ‘왱’하는 기계소리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알고 보니 기계소리가 아니라 천장을 가득 메운 파리 떼 소리였다. 천장이 파리 떼로 덮여 온통 새카맣더라”고 말했다.

교회 안 무수한 시신들로 인해 파리 떼가 몰려든 것이다.

그는 “(파리로 뒤덮인 시신 옆에서도) 휴식시간이 되면 밥을 먹었다”며 “인기척을 듣고 파리 떼가 날아들어도 (개의치 않고) 먹었다”며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말했다.

또한 그는 “베트남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며 “우리는 늘 일본에게 당한 얘기만 한다. 하지만 우리도 베트남 가서 못된 짓을 많이 했다”며 과거 잘못에 침묵하는 자세를 지적했다.

이어 “2000년대에 들어 ‘No More Bloody Asia’라는 주제를 가지고 세계작가들의 모임을 가진 적이 있는데, 베트남 작가 바오닌을 만난 적이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나보다 (나이가) 조금 아래였는데, 알고 보니 그도 베트남 전쟁 당시 소년병으로 참전을 했다더라”며 “우리가 따져보니 전선이 겹치더라. 그럼 그 때 우리는 서로 총을 마주대고 있었을 것”며 바오닌 작가와의 인연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내가 바오닌에게 ‘잘못했다’며 사과의 뜻으로 큰 절을 했다”면서 “우리는 일본에 당한 것을 생각할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 사과하는 마음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황석영 작가는 1943년 만주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서울에 정착했다. 이후 4·19혁명으로 친구를 잃고 방황하던 그는 해병대에 입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단편소설 ‘탑’ 이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