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대사 모두 캠프 출신… ‘문재인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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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조윤제, 中노영민, 日이수훈

30일 내정된 조윤제 주미 대사, 노영민 주중 대사, 이수훈 주일 대사 등 한반도 주변 3국 대사는 모두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이다. 문 대통령이 장고 끝에 이들을 핵심 주변국 대사로 지명한 것은 결국 ‘한반도 운전석론’ 등 자신의 외교 기조를 주변 강국들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인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관 출신 대사가 갖는 안정성보다는 문재인식 외교 노선을 설파할 수 있는, 정치적으로 무게감이 실린 인사를 골랐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선택은 외무고시 출신 외교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오랜 불신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외교부 내에서 북-미 라인, 도쿄 스쿨 등 특정 지역을 오래 전담한 인사들이 주요 보직을 독차지하는 왜곡된 구조로는 외교역량의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역대 정권에서도 주변 4강 대사에 비외교관 출신 인사를 선택한 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에선 중국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권영세 전 의원을 첫 주중 대사로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권 전 대사는 당시 기자와 만나 “주요 대사는 정무적 인선일 경우가 많다. 주재국도 오히려 청와대와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 대사로 오는 것을 선호할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마지막 주한 대사였던 마크 리퍼트도 외교관 경력이 없지만 특유의 정치적 스킨십으로 활발한 공공 외교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윤제 내정자는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소장을 맡았다. 청와대는 “실무 경력과 이론을 겸비한 국제경제 분야 전문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 한미 간 현안을 풀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워싱턴의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현안 대응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당초 청와대는 주미 대사로 안보와 통상 분야를 모두 다룰 전문가를 찾았지만 인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태식 전 주미 대사 등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거론됐지만 70대 고령인 점 등이 걸림돌이었다.

조 내정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양국 정상 간에 정직한 메신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해 한반도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현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3선 의원을 지낸 노영민 내정자는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전략과 협상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외교안보 영역과 중국 문제를 다룬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한 관계자는 “노 내정자는 1, 2년 후 국내 정치로 복귀할 생각을 할 것”이라며 “하지만 최악의 한중 관계 속 대사는 최소 5년을 내다봐야 하고 고도로 훈련된 외교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수훈 내정자는 외교 실무와 일본에 대한 직접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한 외교학계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내며 이론에 정통할지 몰라도 현실 외교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주러시아 대사에는 우윤근 국회사무총장, 박종수 전 주러 한국대사관 공사, 장호진 전 총리 외교보좌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조윤제 주미 대사 내정자 △부산(65) △경기고 △서울대 무역학과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석·박사 △외교통상부 주영국 대사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노영민 주중 대사 내정자 △충북 청주(60) △청주고 △연세대 경영학과 △3선 국회의원(17∼19대) △19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

이수훈 주일 대사 내정자 △경남 창원(63) △마산고 △부산대 영어영문학과 학사, 석사 △미국 존스홉킨스대 사회학 박사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문재인 정부#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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