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2>‘트럼프 덤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5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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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제 직장에서 해고됐어. 그래서 화가 나서 친구들한테 ‘트럼프 덤프(Trump dump)’ 했어.”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대화 내용입니다. ‘트럼프 덤프’는 올 3월경 ‘어번 딕셔너리(Urban Dictionary·도시의 사전)’에 오른 신조어입니다. 단어에서 보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계가 있죠.
여배우 메릴 스트립을 “과대평가된 여배우” “대선 패배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 아첨꾼”이라고 비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메시지.  사진출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여배우 메릴 스트립을 “과대평가된 여배우” “대선 패배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 아첨꾼”이라고 비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메시지. 사진출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독특한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의 지지자를 제외한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는 쉴 새 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서 폭탄을 날리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랑은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는데, 바로 사람들이 곤히 잠자는 밤에 보낸다는 거죠. 주로 새벽 3~5시에 많이 보내는데 별다른 내용이 없다는 게 또 다른 특징입니다. 정적(政敵) 헐뜯기와 자기능력 과대평가가 주 내용입니다. 그 시간에 보내는 트위터는 ‘나 열심히 일하고 있어’ ‘너 당해봐라’ 같은 의미가 깔려 있는 것 아닐까요.

이 같은 ‘무(無)매너’의 SNS 사용을 ‘트럼프 덤프’라고 합니다. 미국은 SNS 에티켓이 많이 발달했기 때문에 이 같은 무대포식 사용에, 그것도 가장 존경받아야 할 대통령이 그렇다면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덤프(Dump)’는 좋아하던 사람을 ‘차버리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덤프트럭이라는 단어에서 보다시피 ‘(내용물을) 쏟아버리다’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결국 이 단어는 트럼프의 트위터 습관을 비판한 셈이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올해 17일간의 긴 여름휴가를 즐겼다. 휴가 기간동안 골프를 치면서 ”백악관은 쓰레기”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사진출처=CNBC 웹사이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올해 17일간의 긴 여름휴가를 즐겼다. 휴가 기간동안 골프를 치면서 ”백악관은 쓰레기”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사진출처=CNBC 웹사이트

트럼프 대통령은 ‘덤프’라는 단어와 연관이 깊은 듯 합니다. 그는 얼마 전 휴가 중에 골프를 치면서 ‘덤프’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자신 소유의 뉴저지 골프 클럽에서 골프를 치던 중 친구들로부터 “왜 워싱턴을 떠나 있는 시간이 많느냐”는 질문을 받고 “백악관은 정말 쓰레기 같은 곳이기 때문(the White House is a real dump)”라고 답했습니다. 워싱턴 정가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무슨 말만 하면 기자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어 쏘아대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의미도 깔려 있습니다. 여기서 덤프는 ‘(쏟아버린) 쓰레기’라는 의미로 사용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쓰레기’ 발언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신성한 일터를 쓰레기에 비유했으니까요. 트럼프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지만 당시 주변에 있던 8,9명도 들었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가장 화가 난 것은 백악관 청소부 일동이라고 합니다. 먼지 하나 없게 매일 열심히 쓸고 닦는데 대통령이 쓰레기라고 했으니 매우 섭섭해 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전했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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