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평생 써 온 한시 410편 담아… 고전문학에 관심 가졌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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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선집 펴낸 한학자 소암 김용숙 씨

“공자께서는 시 300수를 알면 생각이 조금도 간사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한시를 지으면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치기수신(治己修身)’의 도를 배우고 있습니다.”

호남 유림(儒林) 원로이자 한학자인 김용숙 씨(84·사진)가 평생 써 온 한시를 한데 모은 ‘소암 한시선’을 최근 발간했다. 소암은 그의 호다.

489쪽에 달하는 한시집에는 한시 410편과 그가 그린 문인화가 실렸다. 그의 희수(喜壽·77세)와 팔순, 한시집 출간을 맞아 지인들이 보내 온 한시도 소개하고 있다.

김 씨는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을 위해 한문으로 쓴 원문에 한글로 음을 달고 우리말로 쉽게 풀어 써 누구라도 옛 시조의 깊은 뜻을 음미할 수 있게 했다. ‘도저(搗杵·다듬이질)’, ‘창경(蒼庚·꾀꼬리)’ 등 어려운 한자어는 따로 주를 달아 시를 읽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김 씨에게 한시는 곧 일기다. 시상(詩想)을 떠올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한시 짓기로 일과를 마무리한다. 김 씨는 “칠언율시와 절구의 작법을 따르면서 현 시대에 맞도록 도식적이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한시를 지으려고 노력했다”며 “한글로 풀어 쓴 시도 3·4조의 리듬을 타며 읽히도록 썼다”고 말했다.

그가 쓴 한시에는 충효의 정신과 고향의 수려한 풍경, 80여 년 인생에서 깨달은 연륜이 담담하게 배어 있다. 시대를 바라보는 목소리는 도도하고 일상에서 느낀 사유와 감정들은 낭만적이다.

김 씨는 “인륜과 도덕을 바로 세우고 고전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한시집을 냈다”며 “한시를 자주 접하거나 한시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 성리학의 대가인 하서 김인후 선생(1510∼1560)의 14대손인 그는 2008년에는 하서 선생이 그린 ‘천명도(天命圖)’를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을 낸 적도 있다. 2003년에는 한문과 옛 한글로 된 하서 선생의 시문집 ‘백련초해(百聯抄解)’를 한글로 풀어 쓴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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