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넌 경질하자마자… 트럼프, 아프간 대규모 추가파병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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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주의서 개입주의로 선회
트럼프 22일 新아프간 전략 발표… 4000명 규모 증파계획 밝힐듯
IS-탈레반 협력강화 움직임 대응… 북핵 문제 관련 발표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대규모 미군 병력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 당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원칙을 강조하며 해외에서의 군사 개입을 줄여나가는 등 고립주의 성향을 나타냈던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에 큰 틀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의 고립주의 정책을 기획한 핵심 인물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경질된 직후 추가 파병 결정이 내려진 점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20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21일 오후 9시경(한국 시간 22일 오전 10시)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포트마이어 기지에서 TV 생중계를 통해 아프간 ‘전진 경로(path forward)’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3800∼4000명(현재 8400명)의 미군 추가 파병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또 16년째 진행되고 있는 아프간전쟁의 향후 계획과 서남아시아 지역의 안정화 방안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문제 관련 발표도 있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2001년 9월 11일 뉴욕에서 발생한 ‘9·11테러’ 직후 아프간을 공격했다. 당시 아프간을 지배하던 탈레반 정권은 9·11테러를 기획한 오사마 빈라덴을 보호했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과 국제사회 지지를 바탕으로 탈레반을 수도 카불과 인근 지역에서 축출하고,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아프간은 서남아의 대표적인 무법·혼란 국가로 꼽힌다. 올해 들어서도 2500여 명의 아프간 경찰과 군인이 탈레반 등 극단주의자들과의 전투에서 사망했다.

아프간 중앙정부는 현재 카불 지역에서만 영향력을 발휘해 현지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카불 정부’로 불린다. 카불 외 지역 중 상당수는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 같은 극단주의자들이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또 험난한 산악이 많은 지형적 특성으로 군사력을 동원한 소탕 작전도 용이하지 않다.

결국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고, 최근에는 현지에서 IS와 탈레반 간 협력이 강화되는 등 극단주의 세력의 영향력 확장 움직임까지 분명히 나타나자 트럼프 행정부가 더 늦기 전에 적극적인 개입을 결정했다는 평가가 많다.

유엔 등은 아프간 내 IS와 탈레반 세력이 공동으로 이달 초 아프간 사리풀주 미르자왈랑에서 벌어진 시아파 민간인 대량 학살 사건(54명 사망)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IS는 본거지였던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세력이 급속도로 약화되며 다른 지역 추종 세력들에 현지에서의 무장·테러 활동을 극대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 IS 구성원은 이라크와 시리아를 떠나 다른 지역 추종 세력에 합류하고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아프간은 중앙정부가 너무 약해 IS같이 특정 지역에 ‘칼리프 국가’를 세우려는 반군 집단에는 매력적인 국가”라며 “트럼프로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막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탈(脫)아프간 정책’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는 차원에서도 아프간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대(對)아프간 추가 파병에 미국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벤저민 카딘 의원(메릴랜드)은 “아프간에 더 많은 미군 병사를 보내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팀 케인 연방 상원의원(버지니아)은 “(전략 발표 전에 파병부터 말하는 건) 앞뒤가 바뀐 것”이라며 “전략이 마련돼야 추가 파병 여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트럼프#아프간#파병#개입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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