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경기마다 대포… “내일은 박병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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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 35홈런 질주 상무 문상철
유망주였지만 kt서 2년 침묵
“유인구 안 속고 실투 안 놓쳐”

KBO 제공
KBO 제공
“수원 야구장 담장을 펑펑 넘기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에서 홈런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문상철(26·상무·사진)은 요즘 야구장 담장이 가깝게만 느껴진다.

문상철은 20일 현재 홈런 35개로 남부, 북부리그 통틀어 1위다. 2위 황대인(상무)보다 10개나 많다. 2.5경기마다 1개꼴로 홈런을 때려냈다. 타점에서도 98개로 1위다. 역대 퓨처스리그에서 시즌 30홈런을 넘긴 건 문상철이 최초다. 이전까지는 박병호가 2008년 상무에서 홈런왕을 차지하면서 때린 24개가 최고 기록이다. 최형우는 2007년 22개로 홈런왕이 됐다. 문상철은 2타점만 추가하면 퓨처스리그 최초 시즌 30홈런-100타점 기록도 쓰게 된다. 이제 문상철은 무명시절 2군 홈런왕 타이틀을 디딤돌 삼아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로 떠오른 박병호와 최형우를 꿈꾸고 있다.

배명고와 고려대 시절 태극마크를 달고 유망주로 주목받은 3루수 문상철은 2014년 kt에 특별 지명됐지만 2시즌 동안 1군 무대에서 29안타 타율 0.181에 그쳤다. 타격이 안 되니 3루수 자리에서도 밀려났다. 지난주 국군체육부대가 있는 경북 문경에서 만난 문상철은 “잘못하면 2군에 내려간다는 부담에 너무 잘하려고만 했던 것 같다. 투수와의 싸움에 집중해야 하는데 타석에 서면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상무에 입대해 박치왕 감독의 배려로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면서 타격에 눈을 떴다. 문상철은 “1군에서는 이 공 저 공 다 치려고 하다가 유인구에 자주 속았다. 이제는 나만의 ‘존’을 만들어 치고 있다. 상대의 실투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019년 kt에 복귀하는 문상철은 “얼마 전 1군 계투로 뛰다 내려온 윤길현(롯데) 선배를 타석에서 상대했는데 정말 땀나게 집중했다. 1군에서 온 투수들은 확실히 코스를 넓게 활용한다. 올해 경찰청 이대은 형의 공을 제대로 못 친 게 가장 아쉽다. 대은 형을 상대할 때면 아직 준비할 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문상철은 어느새 복귀 후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홈런도 좋지만 기회에 강한 타자가 되고 싶어요. (최)형우 형처럼 득점권 주자들을 불러들이는 것에 능숙한 타자요. 수원에서 그렇게 뛸 날이 그리워지네요.”

문경=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문상철#야구#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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