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헌, 권력분산 없으면 불행한 대통령史반복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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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에 변함이 없다”면서 두 가지 길을 제시했다. 먼저 국회 개헌특위가 마련한 안을 받아 국민투표에 부치거나, 그게 안 되면 정부 내 개헌특위를 만들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주권적 개헌’을 역설하며 그 요체로 지방분권과 국민기본권 강화를 꼽았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지 모르지만”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유보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 약속 이행 의지는 분명한 듯하다. 어떤 내용이든 어떤 방법이든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일단 국회에 개헌안 마련을 맡겨두되 합의가 안 되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겠다는 2단계 계획을 제시하며 지금으로선 국회 논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올해 초 가동을 시작한 국회 개헌특위도 내년 2월 개헌안 마련을 목표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두 차례 여론조사와 대국민 원탁토론회도 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 말대로 국민기본권과 지방분권 강화에는 국회에서도 대체로 공감대를 이뤄가고 있다. 여야가 안전권·소비자권리·건강권 등 기본권 조항 신설과 평등원칙·약자보호 강화에 동의하고 있다. ‘서울공화국’을 깨기 위한 지방분권 문제에도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하지만 권력구조 개편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권력분산 원칙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정부 형태를 두고 의원내각제부터 이원집정부제까지 이견이 여전하고 대통령 임기도 4년 중임과 6년 단임으로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권력구조 개편이 개헌의 핵심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제도 개선 없이는 어떤 대통령도 제왕적 권력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는 것은 우리의 불행한 정치사가 증명한다.

임기 말 추락한 대통령을 보며 한결같이 개헌을 외치다가도 새 대통령이 뽑히면 언제 그랬냐는 듯 넘어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문 대통령도 대선 때 4년 중임제 선호 입장을 밝힌 것 말고 집권 후엔 권력분산을 위한 개헌에는 그다지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대로 가면 대통령 권력분산에는 손도 제대로 못 대는 제한적 개헌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제도적 뒷받침 없이 지도자의 선한 의지에만 맡겨뒀다간 또다시 실패한 대통령을 낳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권력이 정점에 있을 때 그 권력을 나눠 제도화하는 역사를 일궈 제왕적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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