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변호사’ 활동폭 커지는데…대형로펌에 정식 등록자는 0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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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법무법인에서 ‘중국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국동포 A 씨(61·여). 지난해 6월 외국법 자문사 자격 없이 각종 법률사건을 맡고 불법 브로커 역할을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A 씨는 농산물 수입업체 대표 B 씨(32)가 부하 직원과 동업 문제로 다툰 사건의 소송을 맡았다 패소했는데, A 씨가 재판 일정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 점 등을 수상히 여긴 B 씨에게 고소를 당한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최근 이 법무법인이 외국법 자문사로 등록되지 않은 A 씨를 ‘중국 변호사’로 광고한 데 대해 법무법인에 과태료 10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이 법무법인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A 씨를 ‘중국 변호사’로 홍보하고 A 씨가 ‘중국 변호사’라는 문구가 찍힌 명함을 갖고 활동하게 했다. A 씨는 2002년 한국에 들어온 뒤 지금까지 이 법무법인을 포함해 총 4곳의 중대형 법무법인에서 일했지만 매번 제대로 된 자격 검증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처럼 국내 법무법인에 소속돼 중국 변호사로 활동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국내에서 정식으로 외국법 자문사 자격을 얻은 중국 변호사는 없는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국내 여러 대형 법무법인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중국 담당 외국 변호사들은 법무법인당 10명 안팎이다. 이들이 실제 사건을 맡아 자문 업무를 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외국법 자문사 101명 중 중국 변호사는 단 1명도 없다.

외국법 자문사법에 따르면 자문사 자격을 따려면 1년 중 국내에 180일 이상 체류해야 한다. 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국가에서 3년의 실무 경험 등 요건을 갖춘 뒤 법무부 장관의 자격승인과 대한변협 등록을 거쳐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일부 법무법인이 자격 없는 중국 변호사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변호사들을 외국법 자문사로 등록시키는 것보다 사무직원 등으로 고용한 뒤 자문 업무에 편법 투입하는 게 절차적으로 용이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법무법인이 홈페이지에 외국법 자문사로 등록되지 않은 변호사들을 ‘중국 변호사’가 아닌 ‘외국 변호사’로 표기해 법망을 피하고 있다. 해당 변호사가 사건 의뢰인과의 계약서에 직접 사인만 하지 않으면 자문 업무 등 구체적인 활동이 드러나지 않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정부가 법무부 승인을 받지 않았거나 대한변협에 등록되지 않은 중국 변호사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식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자문 업무까지 맡아보는 외국 변호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중국변호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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