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포수’ 양의지 “리드에는 정말 정답이 없더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4일 05시 30분


두산 양의지는 투수와 타자를 고려한 맞춤형 리드로 국내 최정상급 포수 반열에 올랐다. 최고의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세는 그를 아직도 성장시키는 비결이다. 스포츠동아DB
두산 양의지는 투수와 타자를 고려한 맞춤형 리드로 국내 최정상급 포수 반열에 올랐다. 최고의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세는 그를 아직도 성장시키는 비결이다. 스포츠동아DB
두산 양의지(30)는 KBO리그 최고의 포수로 손꼽힌다. 풀타임 첫해인 2010 시즌부터 공수 양면에서 활약하며 팀의 다섯 차례 포스트시즌 진출(2010·2012~2013·2015~2016년)과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2015~2016년)을 이끈 주인공이다. 그뿐만 아니라 2015년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2017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주전포수를 맡으며 국내 최고의 안방마님으로 인정받았다. 포수의 덕목인 경기를 읽는 눈과 강한 어깨를 모두 갖춘 데다 타격에도 재능이 있는 그의 가치는 날로 상승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처음 사인을 냈을 때 (더스틴) 니퍼트가 고개를 저으면, 양의지는 그 다음에 (니퍼트가) 어떤 구종을 던질지 벌써 파악하고 있다”는 두산 김태형 감독의 말은 양의지의 가치를 설명하는 한 단면이다.

일찌감치 10개 구단 최고 포수로 자리매김한 양의지는 주변의 칭찬에 대해 여전히 겸손한 표정을 지으며 투수리드에 대해선 “정답이 없다”고 고개를 젓는다. 포수에게 투수 리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키워드다. 일본 국가대표 출신 포수 사토자키 도모야도 “리드는 결과론이다. 팀이 이기면 좋은 리드가 되고, 패하면 그 반대가 된다. 좋은 리드의 기준은 모호하다”고 했을 정도다.

포수의 투수 리드는 큰 틀에서 보면 투수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리드와 상대 타자의 약점을 고려한 리드,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양의지는 “일단 내가 생각한대로 사인을 맞추고, 그 다음에는 투수의 컨디션과 장점을 고려한다”고 했다. 이는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부분이다. “과거에는 내 생각대로만 사인을 냈는데, 그러다 보니 투구 템포가 길어지고 사인이 어긋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1사 1, 2루에서 넥센 이택근 타석 때 두산 선발 유희관이 교체되며 양의지의 격려를 받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1사 1, 2루에서 넥센 이택근 타석 때 두산 선발 유희관이 교체되며 양의지의 격려를 받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야구는 혼자만의 경기가 아니다

그라운드에서 포수는 센터라인(포수~2루수·유격수~중견수)의 중심이자 투수를 포함한 8명의 수비수를 마주보는 유일한 존재다. 그만큼 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상대 포수에게 홈런 맞지 말라’는 야구계 속설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포수의 역할에 충실한 데다 홈런까지 잘 치는(12일 기준 통산 98개) 양의지는 상대가 싫어할 수밖에 없는 포수다. 이에 양의지는 “야구는 나 혼자만의 경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두산을 더 좋은 팀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인을 낸 뒤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에 대한 패턴도 항상 공부해야 한다. 경기를 하다 보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동점 또는 1점차에선 타자는 물론 상대의 득점 루트와 유형까지 고려해야 한다.”

두산 양의지. 스포츠동아DB
두산 양의지. 스포츠동아DB

● 양의지가 말하는 변화 “5대5→6대4”

양의지에게 과거와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인지 물었다. 알고 보니 애초부터 ‘리드론’이 확고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처음부터 하나하나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나.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부딪쳐야 했다”면서도 “과거에는 내가 사인을 냈을 때 성공 확률이 5대5였다면, 지금은 6대4 정도로 올라간 것이 달라진 점이다. 과감하게 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지금까지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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