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은퇴투어에서 후배들에게 남긴 선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2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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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준비한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받은 이승엽.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한화가 준비한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받은 이승엽.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새로운 동기부여죠.”

이승엽(삼성)의 첫 은퇴투어가 열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11일 이른 오후부터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방수포가 깔린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한화 관계자의 얼굴은 걱정으로 가득 찼다. 타 팀 선수지만 한국야구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승엽을 위해 정성껏 마련한 은퇴투어가 자칫 연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었다.

대선배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싶었던 양 팀 후배들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은 덕아웃에 나와 연신 하늘을 쳐다보며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달콤한 하루의 휴식보다 떠나는 선배의 은퇴행사를 축하해 주고픈 마음이 더 커보였다. 이승엽과 함께 2008 베이징올림픽 우승에 공헌했던 정근우는(35·한화) 유독 아쉬움이 큰 모습이었다. 그는 경기 전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떠나는 선배와의 옛 추억을 회상했다. 기억나는 일화에 대해 묻자 “어릴 때부터 TV로 봤던 선배다. 선수가 된 뒤에는 같이 대표팀에서도 뛰었고, 베이징에서 금메달까지 함께 땄다.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베테랑 선수에게도 ‘전설’의 존재감은 분명 남달랐다. 정근우는 ‘동기부여’라는 말로 이승엽의 은퇴행사가 후배들에게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승엽이 형의 은퇴투어가 많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저런 선수가 되겠다’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길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이승엽을 평생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삼성 구자욱(24)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구자욱은 “감히 뒤를 따르고 싶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전설적인 선배다. 이런 행사는 분명 후배들에게 충분히 좋은 귀감이 될 것 같다. 올해를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신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고 했다. 바다 건너 먼 타국에서 건너온 외국인선수도 이승엽의 마지막 길을 뜻 깊게 배웅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날 한화 선발투수였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는 아예 이전 대구 원정에서 이승엽의 유니폼을 직접 구매해 사인을 받아놓았다. 비야누에바는 “이승엽은 내가 사랑하는 야구라는 스포츠를 한국에서 발전시키는데 크게 이바지한 선수다. 함께 야구를 할 수 있어 대단한 영광이다. 진심으로 그를 레전드(Legend)라 인정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비야누에바가 구입한 이승엽 유니폼.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비야누에바가 구입한 이승엽 유니폼.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대전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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