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부위 찍고 성희롱 인터뷰… 여름바다 흐리는 BJ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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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개인방송은 지금 ‘노출 온에어’

“남자친구 있어요? 없으면 내 여자친구 할래요?”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한 남성이 수영복 차림의 외국인 여성에게 영어로 물었다. 남성은 방송용 무선마이크를 손에 쥐고 있었다. 2, 3m 떨어진 곳에선 다른 남성이 소형 캠코더를 들고 두 사람을 찍고 있었다. 당황한 여성이 “나는 열여덟 살”이라며 미성년자임을 밝혔지만 이들의 ‘무작정 인터뷰’는 멈추지 않았다.

요즘 해수욕장에 가면 이런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BJ(Broadcasting Jockey·방송진행자)들이 피서철을 맞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해수욕장으로 대거 진출한 것이다.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해수욕장 풍경을 실시간 인터넷 방송으로 중계해 시청자들이 쏘는 별풍선(유료 아이템)을 얻는 것이다. 당연히 카메라는 수영복을 입은 여성의 몸매 등에 초점을 맞춘다.


○ ‘몰카’ 뺨치는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 등 온라인 방송에 등장하는 이른바 해수욕장 방송은 부산 해운대, 강원 강릉시 경포대, 충남 보령시 대천 등 전국 유명 해수욕장을 무대로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하루 10편가량 새로 올라온다. 누적 조회수가 27만을 웃돌 정도로 인기를 모으는 영상도 있다.

몰카는 말 그대로 몰래 숨어 찍지만 인터넷 방송은 당당히 카메라를 앞세워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상당수 피서객이 노골적인 촬영에 당황해하거나 방송인 걸 뒤늦게 알고 거부하지만 이런 모습까지 그대로 생중계로 방송된다. 이 과정에서 수영복을 입은 여성의 모습이 동의 없이 방송에 그대로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시간 방송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나 소형 캠코더 등 간단한 장비만으로 실시간 방송이 가능한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 보니 피해를 본 건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한 방송을 보면 남성 BJ가 비키니 차림의 여성 3명에게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느냐”면서 말을 건다. 여성들은 “부담스럽다”면서 손사래를 친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는 줄곧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의 얼굴과 몸을 노골적으로 비춘다.

여성의 동의를 얻으면 더욱 노골적으로 바뀐다. BJ가 여성의 몸에 오일을 바르고 마사지를 해주는 장면까지 담는다. 카메라는 몸매를 구석구석 훑는다. 이런 화면이 나갈 때 실시간 댓글창은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과 인신 비하성 글이 쏟아진다. 지난달 30일 해수욕장에서 길거리 인터뷰를 하던 한 여성은 ‘성괴’(성형괴물)라는 댓글이 끊이지 않자 결국 눈물을 보이며 사라졌다.

○ 동의 없이 찍어 돈벌이에 쓰면 처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동의 없이 몸을 찍어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을 때는 처벌이 가능하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은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해 방송한 BJ 김모 씨(21)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얼굴의 경우 동의 없이 누구인지 특정이 될 정도로 찍고 이를 영리적인 목적으로 사용했을 때 BJ에게 초상권 침해로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역시 해수욕장 방송이 수위에 따라 ‘몰카’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동의 없이 특정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찍는 경우 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명확하게 촬영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면서 “피해를 입게 되면 해수욕장에 설치된 ‘여름경찰서’에 신고를 하거나 112로 바로 전화를 해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 온라인 방송 채널인 아프리카TV는 사전에 출연자에게 동의를 구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영상 삭제를 할 수 있고 심할 경우 BJ에게 방송 중단 조치도 내린다”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bj#해수욕장#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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