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함께 어김없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돌아왔다. 1969년 초연된 후 올해 48주년을 맞는 이 작품은 대부분 봄에 공연됐다. 올해는 서울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에서 7일 시작한다.
극장 건물 2층에 있는 갤러리 ‘산울림 아트 앤 크래프트’에서 작품의 역대 포스터와 임영웅 연출가(81)의 연출 노트를 비롯해 의상, 소품 등을 전시하는 행사(12∼23일)도 열린다. 전시회 관람은 무료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사뮈엘 베케트(1906∼1989)가 쓴 ‘고도…’는 앙상한 나무 아래에서 하염없이 고도를 기다리는 두 사내를 통해 기다림과 삶의 의미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에 숱하게 참여한 관록 있는 배우들이 이번에도 무대에 선다. 지금까지 830여 회 출연하며 ‘가장 오랫동안 고도를 기다려온 배우’ 한명구가 블라디미르 역을 맡았다. 그는 1994년 블라디미르 역으로 처음 출연한 뒤 꾸준히 무대에 섰다. 럭키 역을 맡은 1996년과 박사학위 논문을 쓰던 2006, 2007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블라디미르로 열연했다. 한 씨는 “인간과 존재의 본질을 다룬 작품이라 ‘고도…’를 할 때마다 경전을 읽는 느낌이다. 잊고 있던 이상을 떠올리고,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첫 출연 때 입었던 옷과 신발을 그대로 쓴다. 한 씨는 “마와 비슷한 소재로 된 얇은 옷이었는데, 계속 천을 덧대어 꿰매 입다 보니 두툼해졌다”며 웃었다.
한 씨와 함께 고도를 기다리는 에스트라공 역은 박상종이 맡았다. 박상종은 2005년부터 이 작품에 출연했다. 포조 역의 이호성은 1994년부터, 럭키 역의 박윤석은 2008년부터 각각 출연했다.
임 연출가는 반 백년 가까이 해 온 작품인데도 대사 하나 하나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한 씨는 “웬만해서는 대사에 손대시지 않는데 올해는 블라디미르의 대사 ‘그럴걸’을 ‘아마도 그럴걸’이라고 해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셨다. 마모된 부분을 날카롭게 벼리시는 듯하다”고 말했다. 임 연출가는 “작품을 올릴 때마다 늘 새롭고, 해를 거듭할수록 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7일∼5월 7일. 4만 원. 02-334-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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