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8세 여아 잔혹 살해’ 17세女 피의자, 조현병 치료거부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1일 1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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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17살 소녀가 8살 여자아이를 잔인하게 살해해 유기한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는 가운데, 이 소녀가 정신질환 치료를 제때 받지 않아 증상이 나빠지면서 범행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가해 소녀 A양을 직접 대면한 경찰 관계자는 31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부모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어릴 때는 부모의 통제 하에 있었는데 점차 크면서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 인위적으로 약을 끊고 치료를 거부하는 것. 그러다보니 증상이 악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조현병이라는 것이 워낙 복합적인 증상”이라며 A양이 앓아 온 정신질환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하지만 이에 대해 A양의 부모는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날인 28일에도 병원치료를 받았다”며 반박했다. A양의 정신질환과 치료 여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며칠 더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A양은 사건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내가 한 게 아닐 거야’와 같은 현실부정일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일부 전문가가 제기한 ‘해리성 (기억)장애’에 관해서는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고 말을 삼갔다. 해리성 장애란 다중인격을 보이며 하나의 인격일 때 다른 하나의 인격이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질환을 말한다.


과거 정신분열증이란 병명으로 불린 조현병은 대표적으로 망상, 환청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신경전달물질 이상, 전두엽 변연계를 비롯한 뇌의 구조적·기능적 이상과 같이 생물학적 요인이 크기 때문에 약물요법으로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약을 끊는 등 치료를 거부하면 그때부터 지속적으로 악화해 만성질환이 된다. 지난해 5월 강남역 화장실에서 23살 여성을 살해한 김모 씨(34)도 범행을 일으키기까지 4개월간 약을 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조기발견’과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내 치료받는 환자 수는 유병률에 근거한 질환자 수에 비해 현저히 적다. 조현병 유병율은 지리·문화적 차이에 관계없이 세계적으로 인구의 1% 정도 일정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약 50만 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치료자 수는 2010년 9만3931명, 2011년 9만6265명, 2012년 10만980명, 2013년 10만2227명, 2014년 10만4057명 정도이다. 나머지 40만 명은 사각지대에 있다는 뜻이다.

조현병은 청·장년기 성인과 같이 뇌의 성숙화 과정이 활발한 시기에 가장 많이 발병한다. 뇌의 활동이 많은 만큼 그 기능적·구조적 문제도 잘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통 청소년기에 발병 가능성을 보이며, 그 중 30~40%가 조현병으로 진행한다. 40대까지는 남성, 50대 이후는 여성 환자가 많다. 조현병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흔하고(20~40%), 자살 시도자 중에서 약 10% 정도는 사망에 이른다. 또한 생활습관 관리가 어려워 당뇨병, 심혈관계질환과 같은 합병증이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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