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채권단 ‘주식 매각 인센티브’… 금융권은 시큰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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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권자 50% 출자전환 동의땐 9월 거래정지 해제후 매각 허용”
금융권 “산은 감자 고통분담 먼저”… 국민연금-산은 30일 면담 촉각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급여 반납”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해 손실 분담을 요구하며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를 강하게 압박하던 채권단이 ‘주식 매각 허용’이라는 ‘당근’을 꺼냈다. ‘50% 출자전환’에 동의한 사채권자들은 9월 대우조선 주식거래가 재개되면 곧바로 주식을 내다팔 수 있게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KDB산업은행 지분의 감자(減資) 등을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사채권자들은 “주가만 폭락할 것”이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하고 있다. 다만, 타협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이 30일 대우조선과 산은을 만날 예정이어서 해결의 실마리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대우조선 채권단은 사채권자들이 △50% 출자전환 △남은 채무를 3년 유예 후 3년 분할상환 방안에 동의할 경우 보호예수기간을 두지 않기로 했다. 9월 대우조선 주식 거래정지가 풀리면 바로 출자전환한 주식을 팔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뜻이다.

동시에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에 돌입하면 사채권자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압박하고 있다. 사채권자들이 보유한 회사채의 90∼93%를 출자전환해야 하며 남은 채권도 5년 이상 발이 묶일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P플랜 특성상 출자전환을 하고 남은 무담보채권에 대해서는 적어도 5년 만기 유예, 5년 분할상환 이상으로 불리하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삼정KPMG의 실사 결과를 토대로 정부와 채권단이 추산한 대우조선의 청산가치는 5조6000억 원에 그친다. 대우조선이 도산해 빚잔치를 하면 전체 채권 21조4614억 원 가운데 26%만 회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과 사채권자는 회수율이 6∼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단이 제시한 ‘당근’에 대한 금융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 주식거래가 재개되면 주가가 폭락할 텐데 보호예수기간을 두지 않는 게 무슨 인센티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900억 원의 회사채 등이 대우조선에 물린 국민연금은 31일 투자관리위원회를 열어 채무 재조정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내부 기류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관리위를 더 미룰 수 없어서 일단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술대에 오른 대우조선 측은 절박하다. 대우조선은 200명의 간부급 직원으로 구성된 ‘설득조’를 꾸려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위임장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29일 사내방송을 통해 자신의 급여 100%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또 직원들에게 고통 분담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대우조선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올해 임금의 10%를 반납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는 4자(노·사·정·채권단)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과 법정관리 가능성을 점치는 해외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조선 업황이 밝지 않아 앞으로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이 더 필요할 수 있다. (법정관리가) 장기적으로는 ‘구조적 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은 이날 대우조선 재무제표 감사를 끝낸 뒤 ‘한정 의견’을 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이건혁·정민지 기자
#대우조선#주식#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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