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의 삼성, 이젠 ‘기업철학 공유’하는 삼성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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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정체성 찾아가는 삼성전자
2년전 코카콜라 마케팅 총책 영입… “제품만으로 안돼… ‘감정’ 팔아야”
‘한계를 뛰어넘어 의미있는 혁신’… 전문가 총동원 브랜드 체계화
갤노트7 사태뒤 소비자와 밀착… 뉴욕 전시장은 ‘디지털 놀이터’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피오 슝커 글로벌 통합 마케팅 캠페인 담당 전무.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피오 슝커 글로벌 통합 마케팅 캠페인 담당 전무.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2년 전 무선사업부 글로벌 통합 마케팅 캠페인 담당으로 피오 슝커 전무를 영입했다. 코카콜라 본사에서 10년 넘게 마케팅을 총괄한 그를 삼성의 기업 철학을 가장 효과적으로 노출시킬 적임자로 선택한 것이다.

지난해 2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문을 연 삼성전자 뉴욕 마케팅센터 ‘삼성 837’ 내부. 워싱턴 스트리트 837번지에 있어 삼성 837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해 2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문을 연 삼성전자 뉴욕 마케팅센터 ‘삼성 837’ 내부. 워싱턴 스트리트 837번지에 있어 삼성 837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삼성전자 제공
27일(현지 시간) 삼성전자 미국 뉴욕 마케팅센터인 ‘삼성 837’에서 만난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글로벌 고객사나 협력업체들을 만날 때마다 ‘삼성은 브랜드 퍼스널리티가 대체 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고 했다.

최대 경쟁사 애플은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제품 철학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회사 규모만 컸지, 기업으로서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이 부사장은 “외부 목소리를 계기로 3년여 전부터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진지한 내부 성찰을 시작했다”며 “슝커 전무의 영입을 계기로 본격적인 브랜드 체계화 작업에 들어갔다”고 했다.

슝커 전무는 “브랜드 만들기(Brand building)는 통상 3∼5년이 걸리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뿐 아니라 소위 잘나간다는 기업들은 브랜드 정체성 찾기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1980∼200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에게는 단순히 제품만으로 어필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감정’을 파는 시대에 맞춰 기업이 추구하는 철학을 소비자들과 공유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한계를 뛰어넘어 의미 있는 혁신을 만들어 간다.’

삼성전자가 사내외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정리한 브랜드 메니페스토다. 기존의 ‘기술 혁신에만 강한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만드는 브랜드로 바뀌는 게 첫 목표다. 소비자 마음을 움직이고 사랑받는 ‘인간 중심’의 브랜드를 만들자는 것이다.

첫 발걸음은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공개한 기업 이미지 광고다. 광고 영상은 세계 최초 MP3부터 첫 패블릿 제품인 ‘갤럭시 노트’, 스마트워치 등 지난 10여 년에 걸쳐 내놨던 모바일 기기들과 그 속에 투영된 철학을 담았다. 회사 철학을 내부적으로만 공유했던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생각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브랜드 체계화 작업은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 이후의 브랜드 재건 작업과도 맞물려 있다.

이 부사장은 “갤럭시 노트7 사태로 회사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마음고생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브랜드 신뢰도도 많이 떨어졌고 외부에서도 걱정을 많이 하는 게 사실”이라며 “이를 계기로 고객과의 일대일 접촉을 늘려 나가 소비자들에게 더 찰싹 달라붙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섬세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뉴욕에서 운영 중인 삼성 837도 달라진 브랜드 관리 전략을 반영했다. 제품 전시장인 동시에 요리, 패션, 음악, 스포츠, 예술 등과 엮은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이른바 ‘디지털 놀이터’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이래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45만 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1200여 명이, 주말에는 하루 1700명이 넘게 찾는다.

뉴욕=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기업철학#삼성#브랜드 정체성#삼성 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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