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림,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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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클래식서 2년 6개월 만에 우승

2년 전 이맘때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IA 클래식에 출전한 이미림(27·NH투자증권)은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였다. 하지만 4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의 맹타를 휘두른 크리스티 커(미국)에게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이미림은 커에게 2타 뒤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올해 마치 2년 전의 장면을 다시 보는 듯했다. 같은 대회였고, 대회 장소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골프장(파72·6593야드)으로 같았다. 이미림은 이번에도 단독 선두로 최종 4라운드에 돌입했다.

하지만 두 번 실패는 없었다. 이미림은 27일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로 7언더파 65타를 쳐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정상에 올랐다. 2년 전 최종 라운드에서 커가 기록한 타수와 동타였고, 최종 합계 역시 커가 세운 대회 최저타 우승 기록과 동률이었다. 이날 우승으로 이미림은 2014년 10월 레인우드 클래식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통산 3승째로 우승 상금은 27만 달러(약 3억 원)다.

2년 전과 달리 이미림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초반부터 2위 그룹과의 타수를 벌려 나갔다. 1번홀(파4) 버디를 시작으로 9번홀까지 5타를 줄였다. 이미림은 15번, 16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우승이었지만 이미림은 ‘챔피언 퍼트’도 하지 않았다. 사연은 이렇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이미림은 10m가 넘는 버디 퍼팅을 남겨 두고 있었다. 이에 비해 함께 라운딩을 한 허미정(28)은 그보다 짧은 거리에 공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먼저 버디 퍼트를 한 이미림의 공은 홀 바로 앞에 멈춰 섰다. 대개 이런 경우엔 공이 놓인 자리에 마크를 하고 허미정의 퍼트가 끝난 뒤 관중의 환호를 들으며 ‘챔피언 퍼트’를 한다. 하지만 이미림은 곧바로 퍼터로 공을 홀에 집어넣으며 밋밋한 마무리를 했다. 허미정에 대한 배려를 하느라 챔피언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한 것이다.

우승이 확정된 이후 이미림은 ‘왜 챔피언 퍼트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언니 (퍼트) 라인에 걸려서…”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미림은 “2년 전 역전패를 당한 뒤 상대가 잘했다기보다 내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최대한 지난 일을 잊고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이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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