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CEO 11년째 ‘전설의 제임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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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연임’ 성공한 최장수 최고경영자 유상호 한투증권 사장
9년새 고객예탁자산 2.5배 껑충… 잦은 스킨십 통해 직원 이직률 뚝
“올해는 증권사간 IB대전 원년 1년차 CEO 각오로 뛸것”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23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다. 유 사장은 2007년 3월 사장에 선임된 이후 10차례 연임하며 증권사 최장수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키게 됐다. 한국투자증권 제공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23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다. 유 사장은 2007년 3월 사장에 선임된 이후 10차례 연임하며 증권사 최장수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키게 됐다. 한국투자증권 제공
‘파리 목숨’에 비유될 정도로 임기가 짧은 증권업계에 11년째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키는 사장이 등장해 화제다. 국내 증권사 최장수 CEO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57·사진)이 주인공이다.

유 사장은 23일 열린 한투증권 주주총회에서 열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1년이다.2007년 3월 47세에 최연소 사장이 된 그는 증권업계 최장수 CEO 타이틀 기록을 계속 써내려가게 됐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그는 ‘직업이 사장’인 증권맨으로 불린다.

“그런 말을 자주 듣는데 ‘지겹다’는 뜻은 아니겠죠?” 유 사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매일 영업실적을 수치로 평가받는 증권업계에서 10년 연속 재신임을 받은 것은 조직 전체가 합심해서 같은 목표를 보고 달려온 결과”라면서 “다만 내가 한 게 있다면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대우증권에서 증권사 생활을 시작했다. 1992년부터 7년간 대우증권 런던법인에서 일할 때 ‘전설의 제임스(Legendary James)’로 불렸다. 런던 금융가에서는 “한국 주식을 사려면 제임스에게 가라”는 말이 나왔다. 한국에서 하루 동안 거래된 주식의 5%가 유 사장의 손을 거쳤을 정도로 그는 종횡무진 활약했다.

이때 익힌 글로벌 금융 감각이 이후 새로운 투자시장을 개척하고 해외 영업을 확대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유 사장은 귀국해 메리츠증권과 동원증권에서 일했다. 2005년 동원증권이 한국투자증권과 합병하면서 부사장이 됐고, 2007년 사장에 선임됐다.

유 사장의 ‘장수 비결’은 무엇보다도 뛰어난 성과 덕분이라는 게 여의도 증권가의 중론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국내 증시가 얼어붙었을 때에도 유 사장이 이끄는 한투증권은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처음 사장에 취임한 2007년 말 63조2000억 원이던 고객예탁자산은 지난해 말 현재 154조4000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자기자본 4조 원대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몸집을 키웠다.

유 사장은 성과를 중시하면서도 직원들과의 스킨십에 적극적이다. ‘소통’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그는 평소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한다. 사장에 취임한 직후 직원 이탈이 잦았던 호남지역본부에 “사장과 맥주 한잔하자”며 찾아가 직접 90여 명의 직원을 만났고, 이후 호남 지역 이직률이 ‘0’으로 떨어졌다는 일화도 있다. 그는 “조직 구성원들이 같은 방향을 보고 가려면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며 “가급적이면 직원들과 자주 접촉하고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한다”고 귀띔했다.

유 사장의 성과와 인재를 중시하는 한투증권의 기업 철학이 맞물리며 최장수 CEO 기록이 탄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투증권은 아무리 경영환경이 어려워도 매년 100여 명의 신입사원을 공채한다. 그는 김남구 부회장과 함께 매년 대학가 채용설명회에 직접 참석하고 있다.

은퇴 후 요리사가 되는 게 꿈이지만, 이번에도 그 꿈은 잠시 미루게 됐다. “집에서 밥 먹을 시간도 없어 요리는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작은 식당을 여는 게 꿈입니다.” 11년째 지켜온 사장직이지만 올해는 유독 부담감이 크다. 유 사장은 “올해는 증권사 간 초대형 IB 대전이 시작되는 원년인 만큼 11년차 CEO가 아닌 1년차라 생각하고 아시아 최고의 투자은행을 향해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유상호#한국투자증권#전설의 제임스#연임#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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