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뉴스 문맹’ 탈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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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7년 로마가톨릭 사제였던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독일 비텐베르크 성 성당 문에 내붙였다. 당시 교회의 면죄부 대량 판매를 논박한 이 대자보로 종교개혁의 불꽃이 타올랐다. 루터는 박해를 피해 숨어 있는 동안 라틴어 신약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했고, 독일어 성경은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 덕분에 널리 퍼졌다. 복음(福音·GOOD NEWS)이 인쇄혁명을 타고 평민들에게 전파된 것이다.

▷권력자들은 새로운 정보, 즉 뉴스를 독점하려 한다. 뉴스의 확산이 권력을 위태롭게 한다고 믿어서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이 기원전 213년 책을 불태우고 이듬해 유학자 460여 명을 생매장한 분서갱유(焚書坑儒)는 최초의 사상 통제로 꼽힌다. 나폴레옹은 황제로 등극한 뒤 73개나 되던 파리의 신문을 4개로 쳐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적대적 신문 4개가 총검 1000개보다 더 두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정확한 미디어’라고 공격하는 뉴욕타임스는 되레 구독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거짓말을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고 포장하는 대통령 측에 맞서 ‘뉴스 문맹’을 퇴치하자는 독자들의 제안으로 ‘대학생 신문구독 스폰서 운동’을 벌여 한 달 만에 390만 달러(약 44억 원)나 모았다. 진실을 우습게 아는 트럼프 시대, 세상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신문을 온라인으로 전파하기 위해 후원자들은 130만 명의 1년 구독료를 기꺼이 기부했다.

▷글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이해할 수 있어야 문맹이 아니다. 이를 문해(文解·Literacy)라고 한다. ‘뉴스 리터러시(News Literacy)’도 마찬가지다. 가짜 뉴스와 팩트, 뉴스와 오피니언, 편견과 공정함의 차이를 분간해야 뉴스 문맹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모바일이 결합해 온갖 뉴스가 24시간 넘쳐흐르는 지금처럼 뉴스 문맹 탈출이 절박한 때가 없다. 전례 없는 한국의 조기 대선은 역설적으로 뉴스 문맹을 탈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뉴스 문맹#뉴스 리터러시#news literacy#부정확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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