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 SM그룹 회장 “위기가 기회라고 다들 말만… 난 실천한 장사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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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CEO]우오현 SM그룹 회장


“게임에 끼지도 못할 정도로 적은 돈을 쥐고 뒤에서 지켜보고만 있다가 기가 막힌 ‘타이밍’에 베팅해 판을 흔들어 버립니다.”

한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가 우오현 SM(삼라마이다스)그룹 회장(64·사진)에 대해 털어놓은 평가다. 그는 우 회장이 럭비공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뛰어난 승부사란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해운업이 불황을 겪던 지난해 SM그룹은 SM상선을 세워 한진해운의 아시아·미주 노선을 인수하며 원양 컨테이너선 사업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달 13일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매물로 내놓은 ㈜STX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때 재계 서열 11위였던 대기업의 지주사가 중견기업에 팔리게 되면서 또 한 번 우 회장의 ‘인수합병(M&A)론(論)’이 화제다.

○ 양계장 하다 건설 뛰어들어… ‘M&A 승부사’로


우 회장은 1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실기업을 인수해온 이유를 묻자 “똑똑한 사람이 잠시 몸져누웠다고 약도 안 주고 내버려두면 쓰겄소?”라며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반문했다. 그는 “창업도 좋지만 노하우와 인프라가 탄탄한 기업을 다시 일으켜 세워 우량 회사로 탈바꿈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SM그룹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되면 기업 인수에 적극적이다. SM그룹은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글로벌 선사의 모습이 갖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STX의 자회사인 STX마린서비스는 STX조선해양·STX중공업의 선박·플랜트 운영·보수(O&M)를 맡아왔다. 우 회장은 “앞으로 100척까지 선박을 늘릴 계획이다. STX의 노하우와 우수한 인력들을 활용하면 분명히 좋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STX의 또 다른 자회사인 STX리조트는 SM그룹 소유 국내외 호텔, 골프장과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강릉에 짓고 있는 호텔 등 기존 사업들과 관련해 활용할 방안을 구상 중이다. STX의 에너지 개발과 원자재 수출입 사업도 SM그룹의 최근 관심사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M그룹은 1988년 건설에서 시작해 화학섬유, 알루미늄, 화장품, 리조트 등으로 분야를 거침없이 넓혀가고 있다. 우 회장은 전남 고흥 소농(小農)의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양계장 사업을 하다 1988년 광주에서 삼라건설을 세운 입지전적인 사업가다. 건설로 번 돈으로 2004년부터 해마다 몇 개씩 기업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도 건설사 3곳을 인수했다. SM그룹의 계열사만도 30여 개다.

무너진 회사를 사들여 1, 2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변신시키는 데에도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2004년 52억 원의 적자를 본 진덕산업은 SM그룹이 인수한 지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한해운도 2013년 2150억 원에 인수해 이듬해 우량 기업으로 재탄생시켰다.

우 회장은 “작년 출범한 SM해운도 올해 적자 폭이 애초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름만 바뀌었지 사실상 다 한진해운 직원들이다. 한진해운의 40년 역사가 물거품이 됐다고 하는데 기존 한진해운 직원들이 힘을 합쳐 1, 2년 만에 한국 해운업을 일으키는 것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 “‘위기가 기회다’ 다들 말만… 난 행동”

SM그룹을 바라보는 해운업계의 시선은 마냥 곱지는 않다. 대한해운이 벌크선 운용 경험밖에 없는데 컨테이너선 사업에 새롭게 뛰어든 것이 무모하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우 회장은 “‘위기가 기회다’라고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이를 실천에 옮기는 장사꾼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부도나고 쓰러졌다는 말이 외국에 자꾸 들리면 한국에 좋지 않다. 되도록 한국 내에서 다시 살려내고, 인력 구조조정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부가 해운업을 살리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선박금융에 막혀 국내에선 발주를 할 수가 없다. 중국 발주를 진행하고 있다”며 정부와 금융권을 향해 쓴소리도 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우오현#sm그룹#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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