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머리 미용사’ 방문… “외부손님 맞을 준비?” 촉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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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前대통령 삼성동 사저 표정

검찰이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소환 일정을 통보하기로 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안팎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청와대 퇴거 사흘째인 14일 박 전 대통령은 전날과 다름없이 하루 종일 집 안에 머물렀다. 당초 이날 오전 미용사가 사저 안으로 들어가면서 박 전 대통령이 첫 ‘외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사저 안으로 들어간 전담 미용사가 청와대에 매일 출근하며 박 전 대통령에게 ‘올림머리’를 해줬던 정송주 원장으로 확인되면서 분위기가 술렁였다. 하지만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사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머리손질은 외부활동 신호탄?

정 원장은 이날 오전 7시 반경 삼성동 사저를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의 전담 메이크업 담당자도 동행했다. 정 원장의 여동생이다. 두 사람은 함께 택시를 타고 사저 앞에 도착했다. 정 원장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박 전 대통령의 머리를 매만진 인물이다. 택시에서 내린 정 원장의 손에는 미용기구를 담은 듯한 커다란 검은색 가방이 들려 있었다. 정 원장은 이날 사저에 1시간가량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오전 8시 반경 사저를 나서는 카니발 승합차 뒷좌석 창문으로 정 원장이 했던 커다란 스카프와 검은색 가방 등이 엿보였다.

이어 정 원장은 오전 10시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자신의 미용실에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다. 이날 오전 미용실을 찾아 정 원장에게서 머리를 잘랐다는 한 손님은 “내가 정 원장의 12년 단골손님인데 오늘 사저를 방문했단 얘기는 한마디도 못 들었다”며 “여동생도 몇 년 전까지 압구정점에서 같이 일하다 대구 분점으로 내려간 걸로 아는데 오늘 기사를 보니 사저에 같이 간 것 같더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사저 안에서 머리손질과 메이크업까지 받은 건 삼성동 사저로 옮겨온 지 이틀 만에 외부인들과 본격적인 접촉을 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날 조수석에 얼굴을 가린 채 앉은 남성이 K7 등 중형차량을 이용해 들어오는 등 외부인이 수차례 사저를 들락거렸다.

오전 8시경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대리인단으로 활동했던 김평우 변호사가 서류봉투를 들고 사저를 방문했다. 그러나 미리 방문 약속을 하지 않고 찾아와 결국 발길을 돌렸다. 패딩점퍼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 채 사저를 방문한 김 변호사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나는 증인이 되고 싶지 않다. 나한테 답변이 나올 거라 생각하지 말라”고 외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외부 지인들과 접촉하며 새로운 변호인단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15일까지 7, 8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수사에 총괄 대응할 전직 검사장급 이상 변호사를 선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드러눕고 통곡하고… 격해지는 지지자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도 사저 주변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의 고성과 돌발행동으로 사저 주변 주택가는 하루 종일 혼잡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특정 언론사 취재차량이 사저 앞 골목으로 들어서자 “밟고 지나가라”며 도로에 드러눕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경비인력 400여 명을 사저 인근에 배치하는 등 경호 태세를 강화했다. 이날 새벽 사저 인근 건물 주차장에서 큰 소리로 울며 소란을 피우던 한 30대 여성은 이를 만류하는 경찰을 때린 혐의로 연행됐다. 박 전 대통령 8촌이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 지지자는 “언니가 밥을 못 먹고 있다. 목소리만 듣게 해달라”며 사저 앞에서 통곡하다 경찰에 의해 격리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임인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는 사저 담벼락에 “끝까지 영원히 지켜드리겠습니다” 등 응원의 글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이기 시작했다. 포스트잇과 장미꽃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꽃다발과 사탕바구니 등의 배달도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일기를 들고 찾아온 지지자도 있었다. 그러나 꽃다발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사저 경호인단이 거부해 돌려보내졌다. 사탕바구니를 보낸 65세 남성은 “예전부터 박 대통령님께 선물을 많이 보내봐서 내 이름만 대면 알 거다. 이 사탕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저 인근 주민들은 연일 이어진 집회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특히 사저 바로 뒤편에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어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진 모습이다. 학교 측은 13일 당분간 등·하교를 후문 대신 정문으로만 하고 낯선 사람을 따라가거나 이야기하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주민 김모 씨(63·여)는 “자녀들에게도 당분간 사저 앞으로 지나가지 말라고 했다. 혹시라도 흥분한 시위꾼들에게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지 않냐”며 우려했다.

최지연 lima@donga.com·김단비·구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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