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人 48%↑… 유커 빈자리에 동남아 자유여행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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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한류 명소 찾아 한국行 급증


“한국 드라마 속에 와 있는 것 같아요!”

13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만난 필리핀 관광객 비앙카 카밀리아 씨(29·여)는 두 손에 한국 드라마 명소가 빼곡하게 적힌 A4 용지를 쥐고 있었다. 그는 “한국 드라마에서 배경으로 나온 곳들을 둘러보기 위해 친구와 함께 왔다”며 “둘러볼 곳이 워낙 많아 패키지 여행상품이 아니라 자유여행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에 경복궁을 둘러봤고, 저녁에는 서울 명동에서 화장품을 살 예정이다. 최근 시청했던 한국 드라마에서 여배우가 썼던 화장품을 사기 위해서다. 그는 “요즘 필리핀에서는 한국 드라마는 물론이고 라면이나 캐릭터 상품도 큰 인기”라며 “나중에 귀국하면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리가 많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이 동남아시아 여행객들에게 인기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관광업계 피해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동남아 여행객들이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유커 가고 동남아 관광객 온다

13일 여행 가격 비교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여행객의 항공권 검색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서울이었다. 스카이스캐너는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4개국 여행객의 전 세계 항공권 검색 기록을 분석했다. 필리핀 여행객의 검색량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도 제주가 1위, 서울이 3위를 각각 차지했다. 서울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여행객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여행지 2위와 4위로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10개 나라의 관광객은 총 221만70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37.8% 성장했다. 또 올해 1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홍콩 관광객은 작년 1월보다 65.1% 늘어났다.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 47.8%, 인도네시아 23.8%가 증가했다. 반면 중국인 관광객은 8.3%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정기정 한국관광공사 아시아중동팀장은 “최근에는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 관광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중산층 커지는 동남아, 국내 관광산업의 새 동력


동남아 관광객의 한국행에는 K팝과 K드라마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들 지역은 중국, 일본과 함께 한류 영향권에 속해 있다. 하지만 한국과 외교 문제가 불거지는 중국, 일본과 달리 이들 지역 관광객은 정치적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지역에서 중산층이 급격히 성장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닐슨리서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중산층 인구가 2012년 1억9000만 명에서 2020년 4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원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국제관광정책연구실장은 “동남아 국가들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으로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한국을 찾는 개별 관광객도 급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광연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을 찾은 싱가포르 여행객 164명 중 90.6%, 말레이시아 여행객 230명 중 80.4%가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단체관광객이 아니라 개별 여행객이었다.

정부도 동남아시아 관광객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한국의 뷰티·패션에 관심이 많은 동남아 여성을 위한 개별 관광과 평균 가격이 200만 원 이상인 고가 관광 등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해 올해 안에 동남아 관광객 360만 명을 유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황성운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관광정책관은 “일본도 잠재력 있는 동남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비자 면제 정책 등을 펴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동남아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비자 면제 정책의 도입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동남아#관광객#한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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