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냉담자들이여, 마피아의 세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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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애호가들 모여 회사 설립… 연주 동영상-조율사 연결 서비스
페북 팔로어 49만명 ‘국내 최다’

페이스북 페이지 ‘피아노 치는 남자들’에 올라온 연주 영상. 마피아컴퍼니 제공
페이스북 페이지 ‘피아노 치는 남자들’에 올라온 연주 영상. 마피아컴퍼니 제공
서울 서초구에 있는 ‘마피아컴퍼니’는 이름처럼 무서운 회사가 아니다.

여기서 운영하는 ‘피아노 치는 남자들’(피치남)은 국내 피아노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 중 팔로어(49만5000여 명)가 가장 많다. 지난해 말 시작한 ‘조율사 아저씨’(mistertuner.com) 서비스도 화제다. 소비자와 조율사를 연결해 주는데 가격이 투명하고 조율사들이 친절하기로 소문나 요즘 인기다.

회사의 정인서 대표(20·사진)와 공동창업자들은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열심히 쳤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그렇다. 여기서 ‘마피아’는 ‘마음만은 피아니스트’의 약자다.

컴퍼니의 출발점은 소박한 취미였다. 정 대표가 자신의 피아노 연주 영상을 올리기 위해 2013년 개설한 ‘피치남’. “초창기엔 영상 올리는 사람이 많도록 보이려고 제가 서로 다른 피아노로 친 영상을 마치 복수의 누리꾼 것인 양 올리기도 했어요. 하하.”

페이지가 입소문을 타자 다른 이들도 자신의 연주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여기 대단한 연주가 있다’는 동영상 제보도 늘었다. 레퍼토리도 다채로워졌다. 기존 뉴에이지 연주곡부터 만화 주제가나 인기가요를 편곡한 것, 자작곡까지.

고교 졸업 후 의류 쇼핑몰을 창업했다 접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정 대표는 아예 여기 투신키로 했다. ‘피치남’에서 알게 된 이장원 이사(24·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허상민 이사(23·한양대 컴퓨터공학과 재학)와 손잡고 마피아컴퍼니를 세운 것. 이 이사는 “저도 피아노가 좋아 쇼팽, 라흐마니노프까지 쳐봤고 대학 가서 피아노 동아리를 만든 ‘마피아’”라며 웃었다.

마피아(mapianist.com)는 이제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의 포털이다. 무엇보다 ‘집안 피아니스트’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악보 파일이 많다. 정 대표는 “유료 악보도 있지만 무료 악보만 해도 1만2000종이 공유되고, 인기 있는 아마추어 연주자의 자작곡은 악보 하나가 1만 건 다운로드되기도 한다”고 했다. ‘피치남’ ‘마피아’에 매일 숱하게 올라오는 아마추어 영상 중 튀는 이들의 비법은 뭘까. “첫째는 대중적 선곡, 둘째는 친절한 촬영입니다. 보시는 분들의 눈이 손 움직임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스마트폰 거치대를 건반 위쪽에 설치해 ‘항공촬영’한 영상이 인기가 좋아요.”

그가 보람을 느낄 때는 ‘나도 열 살 때 바이엘 하권 뗐는데…’ ‘조성모의 가시나무 칠 줄 알았는데…’를 되뇌는 피아노 ‘냉담자’들이 희망을 얻었다고 털어놓을 때다.

“동네마다 피아노학원 참 많죠. 어려서 바이엘, 체르니 친 사람도 많은데 그들이 피아노 열정을 되살릴 ‘놀이터’가 없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다른 분야처럼 혁신적인 스타트업과 서비스도 없었죠. ‘마피아’들을 위한 좋은 혜택과 서비스를 저희가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마피아#피아노 치는 남자들#조율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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