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만 배우는 것도 아닌데” “학생 의견 안물어 문제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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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 무산 등 몸살 앓는 문명高
국정-검정 비교하며 수업 방침… “외부단체 교내 진입땐 고발할 것”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가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되고 같은 재단의 문명중학교는 이를 보조교재로 신청하면서 내부 갈등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7일 경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문명중은 학생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볼 수 있도록 국정 역사 교과서 240권을 신청했다. 전교생은 260여 명이다. 학교 관계자는 “1, 2학년용을 120권씩 신청했고 수업 교재로는 활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정 역사 교과서를 반대하는 일부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문명고 국정 교과서 지정 철회 대책위원회’는 중학교 일부 학부모와 연대해 연구학교 철회와 보조교재 활용 저지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매일 오후 6시 경산시 중방동에서 촛불집회를 열며 반대 서명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2000여 명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앞서 3일 문명고 입학식은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일부 학생과 학부모의 거센 항의로 열리지 못했다. 이날 신입생 4명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신청하거나 입학을 포기할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대책위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지원을 받아 대구지방법원에 연구학교 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전국 1곳만 연구학교로 신청했다는 것은 시장에서도 외면받았다는 것 아니냐”며 “정치적 성향 문제로 논란이 되는 일에 왜 우리 아이들을 끌어들이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 측은 국정과 검정 역사 교과서를 비교하며 수업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문명고는 최근 학교 홈페이지에 국정 역사 교과서로 학생을 가르칠 기간제 교사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9일까지 서류 심사를 하고 11일 면접, 13일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학교 관계자는 “역사 담당 교사가 연구학교 업무와 수업에 부담을 느껴 포기해 긴급 공고를 냈다”며 “다음 주부터 역사 수업 정상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명고는 외부 단체가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내에 출입하면 고발할 계획이다.

학교 안팎에서는 자칫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문명고 학생은 “배워 보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요즘은 교과서만 갖고 공부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 강의 등 다양한 정보를 비교하며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학생 입장이 중요한데 우리 의견은 묻지도 않고 추진해 문제를 크게 만든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공부할 때는 다른 교과서를 구입해 보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서관 비치용으로 국정 역사 교과서를 신청했던 광주지역 한 고등학교는 7일 신청을 취소했다. 이 고교는 지난주 “국정 역사 교과서를 학교 도서관에 비치해 무엇이 잘못됐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교육부에 20권을 신청했다. 그러나 전날 광주의 1개 고교가 신청을 했다고 알려진 뒤 광주시교육청이 확인에 나서는 등 논란이 일자 이날 취소 결정을 내렸다.

경산=장영훈 jang@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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