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취향 맞춰 ‘몸매 성형’은 필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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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애슬론 총의 세계
크로스컨트리+사격 결합 종목, 선수와 총 궁합이 성적 좌우
총 쏘거나 달릴 때 불편하지 않게 선수들 입맛에 따라 총목 ‘수술’
귀화선수 랍신 5일 男 계주 출전

지난달 특별귀화 심사를 통과해 한국 바이애슬론 국가대표가 된 러시아 출신 티모페이 랍신(29·사진)에게 9개의 총목(총열을 제외한 총의 몸통)은 지나온 선수 생활의 역사다. 2008년 크로스컨트리에서 바이애슬론으로 종목을 전향한 랍신은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월드컵에서 6차례 우승을 차지하면서 매년 하나꼴로 총목을 바꿔 왔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 관계자는 “팔 길이부터 총을 받치는 검지와 중지 사이의 틈까지 선수의 신체적 특성을 일일이 고려해야 한다. 랍신처럼 세계적인 선수일수록 총목을 더 자주 바꾼다”고 말했다.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이 결합된 바이애슬론은 파워와 지구력 등 체력도 중요하지만 선수와 총의 궁합이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열쇠 중 하나다. 크로스컨트리 구간을 마치고 숨을 헐떡이는 와중에도 서서 또는 엎드려서 과녁을 정조준하기 위해 선수와 총은 한 몸이 돼야 한다. 초 단위로 승부가 갈리는 바이애슬론에서 빗나간 한 발은 곧 순위 하락을 의미한다.

20km(여자 15km)를 주행하며 50m 거리의 과녁에 총 4차례(복사, 입사 번갈아 2번씩) 20발을 사격하는 개인 경기의 경우 1발을 실패할 때마다 1분의 벌점이 가산된다. 나머지 스프린트, 추적, 계주 등에서는 1발 실패에 150m씩 추가로 크로스컨트리를 해야 한다.

바이애슬론에서 사용하는 총기는 수동 노리쇠 방식의 22구경 소총으로 무게는 3.5kg을 넘어야 한다. 남녀 선수의 총기 기준은 차이가 없다. 선수들이 주로 쓰는 독일 ‘안쉬츠’사 기준 가격대는 500만∼600만 원으로 차이 또한 크지 않다. 그러나 선수들이 원하는 총은 제각각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개머리판으로 길이가 어깨에 딱 맞아 사격할 때 총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크로스컨트리를 할 때 등에 짊어진 총이 엉덩이에 부딪혀 방해가 되지 않느냐를 따지는 선수도 있다. 선수들이 100만∼200만 원의 추가 비용을 들여 총목을 주문 제작하는 이유다.

주로 유럽 지역 업체들이 하는 주문 제작은 총목에서도 개머리판의 길이 또는 모양을 손본다. 총기의 무게를 가급적 줄이기 위해 개머리판의 가운데를 ‘ㅁ’자로 파기도 한다.

이근로 대한바이애슬론연맹 경기이사는 “최대한 무게를 줄이려 개머리판을 얇게 했다가 경기 도중 선수가 넘어져 총목이 부러지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맞춤형 제작만큼 관리도 중요하다. 지난달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에서 남자 12.5km 추적 동메달을 목에 건 김용규(24)는 “경기 도중 가늠자에 눈이 얼어붙어 과녁을 제대로 조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평소 총기 손질에 정성을 들이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한편 3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IBU 월드컵 남자 스프린트 10km에 랍신은 출전하지 못했다. 귀화한 뒤 한국 신분증이 엔트리 마감 이후 나왔기 때문이다. 5일 열리는 남자 계주에는 출전할 예정이다.

평창=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바이애슬론#바이애슬론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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