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세종역 놓고 세종시장-충북지사 기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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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정부청사 운영 위해 필요”
충북도 “기존 오송역 활용해야”
내년 선거 의식해 ‘암중결투’ 벌여

고속철도(KTX) 세종역 설치를 두고 이춘희 세종시장과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암중(暗中) 결투’를 벌이고 있다.

세종시는 정부세종청사의 효율적 운영과 지방균형발전 차원에서 세종역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충북도는 기존 오송역의 적극적 활용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며 세종역이 충청권 상생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이 시장과 이 지사는 가급적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입장을 굽히려 하지 않고 있다. 자칫 어느 한쪽이 밀리면 내년 지방선거 출마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충북도 “충청권 공조 깨뜨린다”

충북에서는 KTX 세종역 신설 반대 여론 형성을 위해 지난달 KTX 오송역과 정부세종청사를 오가는 청주 지역 택시 요금을 적게는 3600원에서 많게는 7000원까지 내렸다. 이는 세종시가 세종역 신설의 근거로 내세운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비싼 택시 요금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과 가족 방문객이 KTX 오송역을 이용해도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이 지사는 직접 택시를 타고 세종시까지 가는 ‘퍼포먼스’도 연출했다. 또 충북도의회는 국토교통부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서한문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세종역 신설을 반대하는 상설 연대체인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 충북 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됐다. 이들은 “세종역 신설은 지역이기주의와 정치적 포퓰리즘의 산물로 세종시의 건설 목적과 계획을 훼손하고 충청권 공조를 깨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허경재 충북도 균형건설국장은 “세종역 신설이 대선 후보들의 공약으로 채택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범도민대책위원회와 긴밀히 협조해 세종역이 신설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세종시 “균형 발전 위해 필요”

정부세종청사 공무원과 가족, 세종시는 충북도 주장을 ‘말도 안 된다’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역이 신설돼도 오송역의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다. 수서발 KTX 운행이 시작되면 차량이 늘어나면서 세종역에 열차가 일부 정차해도 오송역에 정차하는 횟수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종역 설치에 따라 충청권 공조가 약화된다는 주장도 “세종시가 실질적 행정수도로 발전하는 것이 충청권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일부 공무원을 위해 세종역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선 “세종시는 행정수도로 만들어 가는 도시다. 이러한 핵심 기능을 원활히 하기 위해 편리하게 하는 것은 국가의 도리”라고 말했다.

세종시의회 안찬영 산업건설위원장도 “KTX 세종역 신설로 철도 운행 횟수가 약 55% 증가해 오히려 인근 역과 함께 중부권 발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근 세종시 대변인은 “KTX 노선이 세종시를 무려 60km 지난다. 세종역이 설치되면 오송역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정부 기관의 효율적 기능 향상과 대전 유성 지역민들도 큰 혜택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세종역 설치 타당성에 대한 용역 결과는 4월경 나올 예정이다.

이기진 doyoce@donga.com·장기우 기자  
#고속철도#ktx#세종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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