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사나이 불멸의 4관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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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매스스타트도 우승… 단일대회 한국인 최다관왕
생각보다 깊게 베인 상처 보여주며 “은퇴까지 아시아 전무후무 선수로”
쇼트트랙 기술 접목해 코너링 탁월 “후배들이 잘 따라붙고 도와줘 역전”

이승훈이 23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
한 뒤 환호하고 있다. 이승훈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겨울아시아경기 4관왕을 차지했다. 오비히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승훈이 23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 한 뒤 환호하고 있다. 이승훈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겨울아시아경기 4관왕을 차지했다. 오비히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유럽 선수들에게 내가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은퇴하는 날까지 아시아권에서 전무후무한 선수로 남고 싶습니다.”

23일 일본 홋카이도 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매스스타트에서 우승한 이승훈(29·대한항공)은 다리를 걷어 올리며 상처를 보여줬다. 10일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팀 추월 도중 스케이트 날에 베인 상처였다.

이승훈의 오른쪽 정강이에 꿰맨 자국이 선명하다. 오비히로=유재영 기자
이승훈의 오른쪽 정강이에 꿰맨 자국이 선명하다. 오비히로=유재영 기자
그는 이 상처를 안고 이번 대회 5000m, 1만 m, 팀 추월에 이어 매스스타트에서 정상에 오르며 4관왕이 됐다. 역대 겨울 아시아경기에서 한국 선수가 4관왕에 오른 건 이승훈이 처음이다. 겨울아시아경기 금메달을 7개로 늘리며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안현수·32)이 갖고 있던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 기록(5개)도 넘어섰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꾼 이승훈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주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아시아 최강자임을 확인했다. 이승훈은 트랙 16바퀴(6400m)를 도는 매스스타트에서 선두권과 20∼30m 떨어진 중위권을 유지하다 마지막 바퀴에서 순위를 뒤엎었다. 앞 선수들을 추월하며 8분12초72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승훈은 직선 주로에서 거리를 유지하고 체력을 아끼면서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승부를 건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관계자는 “쇼트트랙 경기장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보다 곡선 구간이 작고 좁다. 작은 원을 도는 데 익숙한 쇼트트랙 선수들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 오면 심리적으로 편하게 코너 바깥이든 안쪽이든 자유자재로 속도를 낼 수 있다. 이승훈이 직선 주행 능력이 월등하지는 않지만 코너링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충분히 순위를 뒤집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승훈의 훈련 90%는 쇼트트랙 훈련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주무기로 쓰는 칼이 하나면 안 된다. ‘쌍칼’을 갖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후배들이 도와줘서 4관왕을 했다. 세계선수권에서 부상을 당한 뒤 3일 동안 통증도 심하고 해서 시즌을 접을까 했다. 꿰맨 부위의 통증이 실밥 당기는 정도로 줄어 아시아경기에 나섰는데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일본 선수가 초반에 치고 나갔으나 김민석과 이진영이 잘 따라붙고 도와줬다. 매스스타트를 하면서 쇼트트랙식 경기 운영을 이해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우리 후배들은 나와 호흡을 잘 맞췄다”며 “평창 올림픽에는 유럽 선수들도 많이 나올 텐데 쇼트트랙에 강한 내 장점을 살려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오비히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이승훈#매스스타트#2017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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