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에 6시간… ‘베이징 통근족’의 비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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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폭등에 대부분 외곽지역 거주
새벽마다 터미널-역 북새통… 셰어하우스-차량공유 등 인기

중국 창저우에 사는 장징지 씨는 매일 오전 6시 50분에 집을 나서지만 사무실엔 9시 15분이 되어서야 도착한다. 택시, 고속철도, 지하철을 갈아타며 회사가 있는 베이징까지 가야하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그녀가 통근에 쓴 돈은 4000위안(약 68만 원). 사회 초년생 한 달 치 월급에 버금가는 돈이다. 하지만 이 돈과 시간을 쓰면서 출퇴근 전쟁을 하는 이유는 ‘월급’ 때문이다. 창저우에서 버는 돈보다 베이징에서 벌 수 있는 돈이 몇 배나 더 많다. 그는 20일 중국 관영 노동자 웹사이트에 1년 치 통근 티켓을 올려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하루에 출퇴근하는 데 6시간을 써야 하는 슬픈 현실은 장 씨만의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21일 영국 공영방송 BBC는 외곽 지역에서 베이징까지 출퇴근해야 하는 중국 도시 근로자들의 살인적인 통근문화에 대해 보도했다.

베이징의 한 회사에서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장샤 씨는 “긴 출퇴근 시간이 아까워 차 안에서 온라인 MBA를 수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사는 허베이 성 옌자오는 인구 3만의 소도시였지만, 현재는 100만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베이징 접경에서 약 35km 떨어진 데다 임차료가 저렴해 둥지를 튼 사람이 많다.

옌자오 버스터미널은 그와 유사한 젊은이들로 새벽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어둠이 가시기도 전에 버스에 몸을 싣는 젊은이들을 위해 터미널 근처에 아침밥 장사를 하는 노점상이 들어선 모습도 볼 수 있다. 늦은 밤엔 무면허 택시들이 마을로 들어가는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역 주변을 맴돌고 있다.

베이징 근로자들이 외곽의 소도시에 살면서 살인적인 통근거리를 감수하는 두 번째 이유는 주택임차료의 격차다. 베이징의 임차료는 최근 1년 만에 20% 이상 뛰어 웬만한 중산층 근로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베이징의 집값이 폭등을 계속하면서 근로자들의 거주 및 출퇴근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베이징 동쪽의 퉁저우나 옌자오 등이 ‘베드타운’으로 떠오르고 있고,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선 모르는 사람끼리 돈을 합쳐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가 유행하고 있다. 최근엔 만원 버스와 지하철에 시달리는 통근족들을 위해 베드타운과 베이징 도심을 연결하는 차량 공유 서비스도 각광을 받고 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베이징#통근족#출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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