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보지못한 직업 속속 등장… 암기식 교육 설자리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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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한국정책학회 세미나

“지능정보시대, 교육혁명 나서야”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정책학회 주최로 열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및 과학기술정책 탐색’ 기획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패널토론을 통해 인공지능 등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과학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능정보시대, 교육혁명 나서야”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정책학회 주최로 열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및 과학기술정책 탐색’ 기획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패널토론을 통해 인공지능 등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과학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우리 교육은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정책학회 주최, 동아일보와 채널A 후원으로 열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및 과학기술정책 탐색’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지금이 미래 교육의 방향을 정해야 할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정책학회 이용모 회장(건국대 행정학과 교수)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정책 변화가 그만큼 절실하다”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파악해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알파고 뜨면 AI에 투자하고, 포켓몬고 뜨면 증강현실(AR)에 투자하는 이런 나라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 예측 불가능한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앞서가려면 교육도 과학도 혁명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짐작조차 못할 신직업 나타나는 4차 산업혁명

안철수 전 대표-이준식 부총리 참석 행사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오른쪽)와 이준식 교육부장관이 악수를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안철수 전 대표-이준식 부총리 참석 행사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오른쪽)와 이준식 교육부장관이 악수를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토론자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가장 큰 폭의 변화는 직업 시장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대응하는 미래 교육의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아졌다.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질 학생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이날 세미나에서 인용된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미래의 10대 유망직종’에는 인공 장기조직 개발자, 데이터 소거원, 오감 인식 기술자, 기억 대리인, 도시 대시보드(도시정보 통합 표시 장치) 개발자, 문화갈등 해결원 등 현재 이름도 생소한 직업이 포함돼 있다. 이날 세미나에선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기존 일자리 714만 개가 줄어든다는 통계도 소개됐다.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이러한 직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른이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게 교육 현장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기자나 과학자, 의사 등과 같은 직업(Job)은 의미가 없어지고 일(Work)로 교육의 개념이 옮겨가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보다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주어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진다는 주장에 공감대가 모아졌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목격했듯이 지능정보 시대는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다가온 현실”이라며 “기술혁명으로 인해 앞으로의 사회는 그동안 인간의 영역으로 여겼던 많은 부분이 기계로 대치되면서 단순 업무뿐 아니라 법률 의료 등 전문 분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 암기나 문제 풀이식 교육은 설 자리가 없다는 설명으로 교육혁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일정 부분 공감을 나타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불확실성”이라는 안 전 대표의 주장도 공감을 얻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다고 해서 허겁지겁 지금 뜨는 기술을 가르치는 건 짧은 생각이고 기업 경쟁에서도 영원히 추격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 초등학생이 사회에 나올 즈음이면 이미 프로그래밍을 AI가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추격자가 아니라 선두에 서는 창의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 “현재 방식으론 문제 해결 불가능”

참석자들은 현행 체제와 교육 방식으로는 문제점을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하고, 해결의 실마리로 독립적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제시한 여러 정책 대안 중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가장 중요한 대안으로 꼽았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을 할 수 없다는 것. 김 교수는 “학생과 학부모가 겪는 고통과 사회적 갈등은 거의 임계점에 왔고, 해결을 위한 첫걸음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정성희 위원은 교육의 목표가 일류대학 입학에 맞춰져 있는 현재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는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사람을 길러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정 위원은 “전문가와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우리 교육에 과도하게 침투한 이념의 문제를 걷어내고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교육 정책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서울대를 대학원대학으로 전환시키자는 제안도 나왔다. 사교육, 대학 서열화 등 문제의 중심에 있는 서울대를 대학원대로 전환하고 학부 기능은 다른 국립대로 분산해 특성화하자는 것. 이를 제안한 오재록 전주대 교수는 “교수들도 세계적인 연구에 더욱 몰두할 수 있고 대학 입시 서열화 폐해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학의 학부 교육에서 융복합 과정을 늘려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동의했다. 전공별 칸막이 교육을 하는 대신 전공 간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연구 중심 대학과 교육 중심 대학 등으로 각 대학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 현재 대학들이 연구와 교육 등 모든 분야를 하느라 생기는 비효율을 없앨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앞으로 20년 안에 기존 일자리 중 상당수가 없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에 적합한 지식과 기술 습득을 위한 평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임현석 lhs@donga.com·유덕영 기자
#4차 산업혁명#세미나#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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