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총 발포에도… 中어선 격렬저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불법조업 단속에 다시 과격대응… 해경에 1척 나포되자 탈취 시도
경고사격에도 70여척 몰려와… 기관총 900발 쏘자 물러나
中정부, 사드이후 단속 손놓은 듯

16일 오후 9시 전남 신안군 가거도 남서쪽 74km 해상. 초속 14m의 강풍과 높이 3m에 이르는 파도 속에서 중국 어선 30여 척이 조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삼치와 조기 등이 많이 잡히는 황금어장. 명백한 불법 조업이었다. 목포해양경비안전서 경비함 3015함과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 무궁화23호가 단속작전에 나섰다.

무궁화23호 항해장 김용석 씨(47) 등 10명을 태운 고속단정이 쇠창살과 철망으로 둘러싸인 랴오단위 23952호(100t급·승선원 11명) 후미로 접근했다. 배에 오르는 데 성공한 김 씨 등은 16일 오후 10시 17분 조타실 잠금장치를 부수고 선장(41) 등을 체포했다. 이때 다른 어선들이 접근하더니 유리병 등을 던졌다. 또 무궁화23호와 3015함의 진로를 가로막고 위협했다.

이들은 서해에서 불법 조업과 폭력 저항을 일삼아 해경과 어민 사이에서 ‘꾼’으로 불리는 악명 높은 중국 선단이었다. 이날도 랴오단위 23952호를 예인해 목포항으로 향하자 30여 척이 뒤를 쫓았다. 배를 탈취하려는 것이다. 경고방송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16일 오후 11시 15분 3015함이 M60 기관총 450발을 발사했다. 더 이상 따라오지 말라는 경고였다.

중국 어선들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무궁화23호에 가까이 접근했다. 3015함이 선체를 직접 겨냥해 기관총 450발을 발사한 뒤에야 어선들은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잠시 뒤 연락을 받은 다른 어선 40여 척이 도착했다. 주춤하던 30여 척도 다시 격렬하게 추격했다. 70여 척으로 불어난 중국 선단은 17일 0시 24분경 가거도 남서쪽 40km 해상인 가거초(영해 20km 지점)까지 추격전을 벌이다 뱃머리를 돌렸다.

서해어업관리단은 “불법 조업으로 단속된 중국 어선들이 나포된 선박을 직접 탈취하려고 시도한 건 매우 드문 일”이라며 “우리 정부가 지난해 적극적인 대응을 발표한 뒤 한동안 잠잠했는데 다시 과격해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측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의 여파로 자국 어선의 불법 행위 관리를 다시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단 해경은 당분간 동향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해경 관계자는 “불법 조업과 폭력 저항이 늘어나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중국에도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해경은 지난해 10월 고속단정이 중국 어선에 부딪혀 침몰한 사건을 계기로 무기 사용을 강화한 매뉴얼로 단속에 나서고 있다.

목포=이형주 peneye09@donga.com / 정성택 기자
#중국어선#불법조업#과격대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