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오늘은 기분 전환해볼까… 나를 깨우는 입술 위의 ‘핑크 본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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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꼭 맞는 ‘핑크립’ 정복기



스무 살 때 학교 친구들을 만나 욕을 한바가지 얻어먹은 적이 있다. 그날 핑크색 캡 모자, 핑크색 티셔츠, 핑크색 벨트를 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말했다. “니가 공주냐.”

핑크색을 입는 게 사회적 금기라는 것을 깨달은 뒤로 나의 핑크 사랑은 무채색 빛 옷에 묻히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핑크, 특히 베이비 핑크 색을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 스마트폰 다이어리가 종이를 대체한 지 오래인데도 스타벅스의 베이비 핑크색 다이어리를 구하고 싶어 안달했었다.(결국 못 구하고 진한 핑크만 손에 쥐었다.)

나의 핑크충동은 립스틱 과다구매에 이르게 했다. 기분 전환으로도 좋아 오다가다 잘 산다. 사랑하는 딸기 우윳빛 색상은 자칫 토인처럼 보일 수 있어 가급적 여리 여리한 핑크 느낌을 담고 있으면서도 비교적 선명한 딱 ‘그 핑크’를 찾아 헤맨다. 최근 한 달 동안 핑크 충동으로 사들인 립스틱 3개를 분석해 봤다. 별점 5개 만점.

▽ 전지현 표 핑크-헤라: 별 3.5개

헤라의 ‘루즈홀릭 익셉셔널 158호 로지드림’
헤라의 ‘루즈홀릭 익셉셔널 158호 로지드림’


평생 살면서 이런 짓까지 하게 될 줄이야. 드라마 속 사진을 들고 이 립스틱을 달라고 했다. 사진을 보자마자 ‘바로 이 색’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인어아가씨 전지현이 바른 여러 가지 핑크 립 중 가장 여린 느낌이다. 점원은 ‘이런 사람 참 많다’는 듯 제품 중 ‘루즈홀릭 익셉셔널 158호 로지 드림’을 꺼냈다. 딸기 우윳빛 느낌은 나지만 토인 변신은 막아 줄 것 같은 색. 입술이 건조하다고 했더니 점원은 “립스틱이라도 촉촉하다”고 했다.

첫 색깔은 딱 드라마 속 전지현 색깔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입이 건조해서 자꾸 덧바르니 색깔이 진해져버렸다. 두세 번 덧바르면 여리한 핑크가 아닌 그냥 평범한 핑크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한 번만 바르기 위해 추가로 클라란스 립 오일을 구매했다. 립 오일을 바르면 촉촉함과 색상은 유지되는데 매트해 보이는 느낌은 사라진다.

▽ 후배에게 물어 백화점행-나스: 별 4개

나스의 ‘벨벳 립 글라이드 플레이펜’
나스의 ‘벨벳 립 글라이드 플레이펜’


함께 앉은 후배 립 색깔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민망하지만 브랜드와 색깔명을 대라고 요구했다. 나스의 벨벳 립 글라이드 ‘플레이펜’이라고 했다. 매장에 가서 물어보니 점원이 “립글로스 같지만 립스틱처럼 선명하다”고 말했다. 나스의 플레이펜은 약간 코럴빛이 들어간 톤 다운된 핑크다. 여리한 느낌보다 상큼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매일 쓰는 평범한 진 핑크와는 다른 느낌이다.

촉감, 색감 모두 만족스러웠다. 립글로스보다 색감이 오래가고, 립스틱보다 촉촉했다. 다 쓰면 또 하나 살 것 같다. 만점이 아닌 이유는 언젠가 더 마음에 드는 색상을 만날 것 같은 마음에서다.

▽ 파우더 사러 갔다가 충동구매-샤넬: 별3개

샤넬의 ‘루즈 알뤼르 잉크 142호 크레아티프’
샤넬의 ‘루즈 알뤼르 잉크 142호 크레아티프’


커버도 되면서 얼굴의 기름기를 정돈해주는 파우더가 있다고 들어 샤넬 매장에 들렀다. 후배들이 립 잉크가 좋다고 들었던 생각이 나 색깔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역시나 핑크. 정확한 제품명은 ‘루즈 알뤼르 잉크 142호 크레아티프’. 여리한 느낌보다 ‘쨍’한 상큼함이 느껴지는 코럴빛 핑크다. 3개 제품 중에 가장 쨍한 색상이다.

색감은 정말 최고점을 주고 싶다. 원래 색깔 그대로 입에 발색된다. 한 번만 덧입히면 색깔이 오래간다.

다만 건조한 입술에는 틴트를 발랐을 때처럼 약간 따끔거리는 느낌이 난다. 립 오일을 필수로 챙겨야 한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핑크립#샤넬#헤라#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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