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노인’땐 ‘65세 정년’ 뜨거운 감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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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수령前 소득마련대책 필요… 일본은 4년전 65세 정년 실시
경영계 반대로 도입 진통 예고

정부가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늘리는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하면 정년 연장 문제가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비정규직이 다수인 장년 일자리의 질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는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정년 60세 이상이 의무화됐다. 2013년 5월 정년연장법의 국회 통과 당시 경영계는 임금 체계 개편부터 의무화해야 한다며 강력히 반대했지만, 여야는 “사업장 여건에 따라 임금 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라는 조항만 넣는 방식으로 법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노인 연령을 70세로 높이면 정년도 65세까지로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장년층이 노동시장에 머무는 기간을 늘려야 노인 복지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3년부터 정년을 65세로 정했고, 독일은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정년을 67세로 늘릴 예정이다. 두 국가는 정년 연장의 전제로 임금피크제 등 임금 체계 개편을 완료했다.

하지만 한국은 정년 연장이 시행됐는데도 법으로 강제하지 못한 탓에 임금 체계 개편은 여전히 더딘 편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100인 이상 사업장 6600곳 가운데 호봉제를 적용받는 근로자의 비율은 49.9%에 이른다. 사업장 기준으로는 71.8%로 10곳 중 7곳은 여전히 호봉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재차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예 미국처럼 정년을 법으로 강제하지 말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주장 역시 적지 않다.

장년 일자리의 질도 문제다. 한국의 50세 이상 고용률은 55.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50대에는 34.6%인 비정규직 비율이 60대로 가면 61.6%까지 증가한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50대에 조기 퇴직한 뒤 저임금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장년층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고용보험기금(실업급여 재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는 노인 연령 기준 상향에 맞춰 65세 이상도 고용보험에 가입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육아휴직급여 지출이 1조 원에 육박하는 등 대폭 증가하면서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적립 배율은 최근 3년간 0.4∼0.7(법정 적립 배율은 1.5∼2.0)에 머물렀다. 기획재정부는 육아휴직급여를 정부가 충당하겠다는 약속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수년째 지키지 않았고, 올해도 700억 원만 내기로 약속한 상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 등은 장년층이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게 연금 수급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하도록 유도한다”라며 “퇴직연금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한편 근로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하고, 고용 유연성과 숙련도 측면에서 기업이 장년층 채용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들어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노인#정년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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