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한우신]대선 테마주 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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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신 산업부 기자
한우신 산업부 기자
A 씨는 대선 테마주에 투자했다고 했다. 대선 주자로 거론되던 사람의 대학 동문이 운영하는 회사 2곳이라고 했다. A 씨가 그 회사 주식을 산 것은 지난해 말이다. 그는 “오르락내리락하던 주식이 얼마 전부터 떨어지는 추세”라며 걱정했다. 그게 3주 전쯤이다. 그 주식은 이후 폭락했다. 투자의 이유였던 대선 주자가 무대에서 퇴장한 게 이유였다. A 씨뿐만 아니다. 대선 테마주에 투자했다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중 “재미 좀 봤다”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건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대선 테마주로 분류되는 회사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대선 주자의 친인척이 직접 운영하거나 사외이사로 있는 회사, 대선 주자의 고향에 기반을 둔 회사, 대선 주자의 고교 또는 대학 동문이 대표인 회사, 회사 대표가 대선 주자와 함께 일을 했던 회사, 대선 주자와 과거에 거래 관계에 있었던 회사, 그런 회사들의 계열사이거나 그런 회사 대표의 자녀가 운영하는 회사.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대선 주자와 사적으로 연결됐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대선 주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특정 정책으로 인해 테마주로 분류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대선 테마주 회사들의 이름은 대부분 생소하다. 처음 들어본 이름도 수두룩했다. 증권사 보고서도 찾기 힘들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대선 테마주’란 이름으로 검색되는 게 전부인 회사도 많았다. 그만큼 회사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투자를 위해서는 꼼꼼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선 테마주에 투자했다는 사람들은 회사의 세부 정보에는 별 흥미가 없었다. 주식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도 대선 주자별 테마주가 뭔지 그리고 왜 테마주인지에 대한 이유만 관심사였다. 왜 테마주가 됐는지에 대한 답변은 한 줄이면 족했다.

수개월 동안 대다수 국민은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에 분노하고 있다. 비선 실세는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라는 이유로 권력과 돈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 힘을 자신의 친인척 및 지인과 누렸다. 그런 상황을 가능하게 한 데에는 그 비선 실세에 기대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한 공무원, 기업인, 학자들이 있었다.

국가와 국민을 농락한 비선 실세에 분노했던 많은 사람들 중에는 대선 테마주에 투자한 사람도 있다. 주식을 사는 이유는 투자 수익을 얻고자 함이다. 대선 테마주를 사는 이유는 결국 특정 정치인의 지인이란 이유로 어떤 회사가 잘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에 분노한 이유가 혹여나 비선 실세로 인한 이득을 내가 얻지 못해서였다면 꽤 씁쓸하다. 자격 없는 권력은 감시의 대상이지 부러움의 대상이어선 곤란하다.

우리는 종종 비선의 존재를 인정한다. 때로는 이용한다. 지인을 통해 병원 진료 일정을 앞당긴다. 미리 신청했으면 이미 받았을 공문서를 공무원 지인을 통해 급하게 받는다. 비선에 대한 작은 기대가 커져 대선 테마주를 통한 대박 수익 기대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러한 마음이 쌓여 커다란 비선 실세를 만들어 낸다고 걱정하면 지나친 걸까.
 
한우신 산업부 기자 hanwshin@donga.com
#대선 테마주#비선 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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