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개편안 쏟아내는 野, 공무원 줄 서라는 뜻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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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야권 대선 주자들이 부처 개편안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교육부를 폐지하거나 기능을 축소한 뒤 국가교육위원회에 중요 교육정책 결정을 맡기는 방안을 내놨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는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를 합쳐 고용복지부를 만들고, 기획재정부를 국가재정부와 금융부로 쪼개는 안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라는 준비과정 없이 바로 출범해야 하는 만큼 대선 주자들이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조직 개편을 미리 준비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청회 등 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은 방안을 덜컥 공개하는 것은 공무원 사회에 차기 권력에 줄을 서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6일 민주당 문 전 대표는 일자리 확대를 명분으로 소방공무원 경찰관 복지공무원을 늘리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대선 주자들이 부처 개편과 증원 방안을 툭 던져 놓고 100만 공무원 사회를 떡 주무르듯 하겠다는 건가.

부처마다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벽 쌓기에 비상이 걸리면서 공무원 사회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밖에서는 보호무역주의와 환율전쟁으로 국가 간 사활을 건 힘겨루기가 진행 중인데 한국의 공무원들은 일하는 시늉만 낼 뿐이다. 설익은 조직 개편안이 공무원들을 더 납작 엎드리게 한 셈이다.

정권 말 어수선한 틈을 타 행정자치부 장관 승인을 거쳐 덩치를 키운 탓에 중앙부처 공무원 정원은 작년 말보다 1230명 증가했다. 일이 많은 부처라는 이미지로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고 부처 개편이 돼도 현상유지만은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17개 부처 가운데 최초 설립 이후 명칭이 바뀌지 않은 부처는 국방부 법무부 통일부 환경부 등 4곳뿐이다. 역대 정부가 조직 개편을 당연한 권한으로 여겨 관성적으로 부처를 짜깁기한 결과다. 공무원 44%가 조직 개편의 효과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한국행정연구원의 분석 결과는 지금까지의 부처 개편이 실패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혈세를 낭비하고 행정 비효율이 커져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조기 대선#대통령직인수위원회#중앙부처 공무원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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