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1급 서울대 입학생, 간부 공무원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17시 03분


코멘트
7일 오전 8시 반 광주시청 3층 중회의실. 앳된 얼굴의 여고생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시청 간부 공무원 90명 앞에서 강연을 했다. 주인공은 시각장애의 한계를 딛고 올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한 광주 세광학교 3학년 김수연 양(19)이었다.

김 양은 광주시가 마련한 ‘시민의 목소리 청해 듣는 날’ 자리에서 시각장애인으로서 삶과 고충, 사회에 대한 바람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그가 이야기를 통해 전한 메시지는 ‘꿈을 포기하지 마세요. 힘들 때면 내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고 글도 써보세요’였다.

시각장애 1급인 김 양은 선천성 시신경위축으로 태어날 때부터 세상의 빚을 볼 수 없었다. 세 살 때부터 광주에서 유일한 시각장애인 교육기관인 세광학교를 다녔다. 유치원과 초·중·고교 과정을 마치고 올해 서울대에 합격했다. 올해로 개교 63년째를 맞은 세광학교의 첫 서울대 입학생이다. 대학에서 영어와 음악 등을 융합 전공한 뒤 영어번역가가 되는 게 김 양의 꿈이다.

김 양은 시각장애인을 가르칠 수 있는 학원이나 과외가 없어 공교육에 매달렸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세상의 빛과 작별해야 했지만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점자(點字)로 된 책은 그가 세상과 만나는 유일한 통로였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심화학습을 위한 점자책은 많이 공급되지 않는다. 이민진 세광학교 진학부장(34·여)를 비롯한 교사들이 부족한 학습 자료를 마련해줬다. 이 부장은 김 양을 위해 교과서, 영어 문제집을 한글 파일로 작성해서 줬다. 김 양은 각종 정보파일을 넣으면 읽어주는 점자정보단말기를 활용해 공부했다.

고교 3학년 때 하루 10시간 넘게 공부했다. 김 양은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대에 다니는 상상을 하고 수많은 가상의 편지를 쓰며 합격을 소망했다”며 “이런 상상과 노력이 매일 10시간씩 공부할 수 있는 힘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이 보이지 않아 얼마나 불편하냐’는 걱정을 많이 해주지만 그런 말보다 눈앞의 장애물이 있는지, 물건 모양은 어떻고 무슨 색깔인지 등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증강현실 등 더 나은 기술이 빨리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양은 이날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피아노로 연주하고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를 반주에 맞춰 열창해 큰 박수를 받았다. 50분간 강연이 끝낸 뒤 “이야기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행복했다. 참석자분들이 아주 젊은 분들인 것 같더라”고 말했다.

그는 참석자들이 50대 공무원들이라는 진행자의 말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라 (참석자 연령을) 착각했다. 앞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많이 마련해주면 고맙겠다”며 밝게 웃었다.

광주=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시각장애의 한계를 딛고 올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한 광주세광학교 3학년 김수연 양이 7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간부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시민의 목소리 청해 듣는 날’에서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삶과 고충, 사회에 바라는 점 등을 담담하게 전했다.

시각장애의 한계를 딛고 올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한 광주세광학교 3학년 김수연 양이 7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간부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시민의 목소리 청해 듣는 날’에서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삶과 고충, 사회에 바라는 점 등을 담담하게 전했다.

시각장애의 한계를 딛고 올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한 광주세광학교 3학년 김수연 양이 7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간부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시민의 목소리 청해 듣는 날’에서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삶과 고충, 사회에 바라는 점 등을 담담하게 전했다.

시각장애의 한계를 딛고 올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한 광주세광학교 3학년 김수연 양이 7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간부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시민의 목소리 청해 듣는 날’에서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삶과 고충, 사회에 바라는 점 등을 담담하게 전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