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모보다 못살 것”이라는 한국의 청년세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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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세대는 다른 나라보다 ‘부모보다 못살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을 가졌다고 한다. 6일 딜로이트컨설팅이 세계의 밀레니얼(1982년 이후 출생) 세대 7900명을 조사해 발표한 ‘2017 딜로이트 밀레니얼 서베이’ 결과다. 대졸 이상 학력 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의 경제적 기대지수는 27개국 중 20위다.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못살 것 같다’는 부정적 답변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유독 비관적인 것은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9.8%를 기록한 가운데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돈도 실력이야. 능력이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같은 말로 한국 사회의 총체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탓도 클 것이다. 구직 활동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는 2000년 16만5000명에서 작년 49만9000명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신용카드 차입자의 1년 후 연체율도 25, 26세는 전체의 2배 수준으로 나타나 아무리 ‘노오력’해도 나아지기 어려운 재정형편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특히 교육은 ‘계층이동의 사다리’여서 가정형편이 어렵더라도 열심히 공부하면 부모 세대보다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 따르면 한국은 10년 전만 해도 부모 학력이나 소득 수준이 자녀의 학업 성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OECD 평균치보다 낮았다. 그러나 지난해 조사에선 미국 일본과 달리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 기회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꿈보다 절망, 도전보다 좌절을 먼저 떠올리는 국가의 미래는 암울하다. 양극화로 인한 세대와 계층 간 갈등이 증폭되면 사회의 역동성과 통합에 악영향을 미친다. 대선 주자라면 청년 세대의 절망을 치유하기 위한 구체적인 미래설계를 제시해 나라의 존재 이유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지지 않게 교육 형평성을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 청년세대#청년 실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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