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에어비앤비 ‘위약금 갑질’ 법정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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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50% 위약금’ 시정명령에 에어비앤비 “집주인 손해 보상 필요”
이의신청 내고 행정소송 준비… 글로벌 업체 제재근거 마련 주목

 직장인 김민성 씨(27)는 최근 숙박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를 통해 프랑스 파리 외곽에 위치한 아파트를 예약했다 깜짝 놀랐다. 숙소를 바꾸기 위해 이 예약을 취소하려다 보니 위약금만 40만 원이 넘어서다. 김 씨는 “투숙날짜가 3개월 이상 남았는데도 위약금을 50%나 물리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에어비앤비에 50%에 달하는 예약 취소 위약금을 물리도록 돼 있는 규정을 수정하도록 명령을 내렸지만 에어비앤비가 불복하고 최근 이의신청을 낸 사실이 5일 확인됐다. 공정위는 에어비앤비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법정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비앤비도 대형 법무법인(로펌)인 김앤장과 변호인단을 꾸려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분쟁 결과에 따라 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로 꼽히던 해외 예약대행 사이트에 대한 제재 근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에어비앤비에 숙박비의 최대 50%까지 물리도록 돼 있는 위약금을 낮추고, 6∼12%의 수수료도 인하할 것을 명령했다. 이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190여 개 나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가 경쟁당국으로부터 받은 세계 첫 제재였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자신들이 숙소 계약을 중개할 뿐이며, 환불 위약금은 집주인들이 책정하기 때문에 간섭할 여지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에어비앤비가 숙소 검색부터 중개, 결제 등 사실상 거래 전 과정에 관여하고 있어 약관을 시정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에어비앤비가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을 한국에서만 바꿀 수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국내 약관법과 거래관습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쟁 결과로 ‘규제 사각지대’였던 글로벌 예약대행 업체들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숙소뿐 아니라 항공권, 렌터카 등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예약 서비스가 널리 쓰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수수료·환불 기준이 제멋대로여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업체들은 한국에 별도 법인을 세우지 않고 대행사를 앞세워 한국어 웹사이트를 개설한 뒤 영업하면서 정부가 국내법 적용 여부를 놓고 고민해왔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최근 착수한 ‘익스피디아’ 등 다른 글로벌 호텔 예약회사들에 대한 조사도 에어비앤비 처분 결과에 따라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상린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등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중개사들이 국내에 속속 진출하면서 이들의 부당 약관에 따른 피해도 늘고 있다”며 “‘위약금 갑질’ 등을 국내법으로 제재할 근거를 초기에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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