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SNS 공개수배’ 적극… 한국은 ‘인권침해 소지’ 유포 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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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수사국(FBI) 홈페이지에 게재된 살인 용의자 수배 전단. 시간이 흘러 수배자의 늙은 모습을 가정한 사진과 그의 별명, 문신, 흉터까지 생생하게 묘사한 게 특징이다. FBI 홈페이지
미국 연방수사국(FBI) 홈페이지에 게재된 살인 용의자 수배 전단. 시간이 흘러 수배자의 늙은 모습을 가정한 사진과 그의 별명, 문신, 흉터까지 생생하게 묘사한 게 특징이다. FBI 홈페이지
 “내 가족이나 내 딸, 조카라고 생각하시고 조금이라도 사진 속 남성과 비슷하거나 닮은 사람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연락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1월 26일 한 지방경찰청 소속 A 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성년자 성추행범을 잡도록 제보해 달라는 호소글과 수배 전단을 올렸다. 6개월이 지나도록 단서가 잡히지 않는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서였다.

 수배 전단에는 폐쇄회로(CC)TV 화면을 캡처한 용의자 사진이 있었다. 2015년 6월 14일 지방의 어느 놀이터에서 여섯 살 여자 어린이 2명을 강제추행하고 사라진 남성이다. 경찰은 CCTV 등을 토대로 수사에 나섰지만 영상 속 얼굴이 뚜렷하지 않아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A 형사의 페이스북을 본 사람들이 해당 게시글과 수배 전단 사진을 옮기면서 이틀 만에 제보 전화가 걸려 왔고, 그는 범인을 붙잡아 구속했다.

 하지만 A 형사의 ‘SNS 공개 수배’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아동 성범죄자를 끝까지 붙잡아 죗값을 치르게 했다는 사실에 많은 이가 박수를 보냈지만, 피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A 형사는 당시 경찰로서 범인을 잡아야 하고, 잡고 싶다는 마음에, 사건을 미제(未濟)로 묻혀둘 수 없다고 판단해 어쩔 수 없이 ‘페이스북 공개 수배’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0년 인터넷상의 공개 수배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공개 수배 제도에 대한 개선을 권고했다. 유·무죄 확정 이후에도 개인정보가 사이버 공간에 남기 때문이다. 이후 경찰은 지명수배 등에 관한 규칙을 만들어 엄격한 기준에 따라 공개 수배 대상을 정하고 온라인상 수배 전단 유포를 막고 있다. 또 피의자 검거 즉시 스티커를 붙인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한국보다 공개 수배를 이용한 범인 검거에 더 적극적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주요 지명수배자의 영상을 제작해 FBI 사이트와 유튜브 등 중요 사이트에 배포한다. 한국에 있는 기자도 손쉽게 수배자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 증명사진과 간단한 특징만 게재하지만 미국에서는 수배자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생활 사진, 성형으로 바꿀 수 없는 문신이나 수술 자국, 술과 담배 등 기호 식품까지 소개한다. 전단을 본 사람의 머릿속에 수배자 모습이 완전히 기억되게 하는 것이다.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도 홈페이지에 수배자의 흉터나 수술 자국, 문신 등 특이사항을 기재했다. 홈페이지의 수배 전단을 페이스북 등 SNS로 공유할 수도 있다.

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수배 전단#sns 공개 수배#피의자 인권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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