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국내유일 우크라이나 출신 바둑기사, 그녀의 꿈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1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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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2전 49패'
그래도 바둑은 내 운명

#.2
*11일 본보 지면에 실린 국내 유일의 우크라이나 출신 프로 바둑기사
마리야 자하르첸코 씨(22) 인터뷰를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습니다.

4년간 52전 3승 49패.
프로 바둑기사라고 하기에는
너무 형편없는 성적.
그래도 바둑이 좋은 저는
자하르첸코입니다.

#.3
어릴 때부터 체스를 뒀는데
아홉 살 때 우연히 삼촌이 '본 적 없는 신기한 보드게임'이라며
바둑을 알려줬어요.
규칙은 굉장히 쉬운데 게임 운영은 무궁무진하게 복잡해
그 매력에 푹 빠졌죠.
그후 저는 바둑 학원을 찾아 본격적으로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4
2007년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해였어요.
원정경기를 떠난 러시아의 한 바둑 대국장에서
한국 바둑을 전파하러 온 천풍조 9단을 만난 것이죠.
그는 한국의 여자 바둑기사들과 경쟁하고 배우면 실력이 크게 늘 것이라며
한국 유학을 권했습니다.

#.5
'바둑 유학'은 생각해 본 적 없었지만
천 9단의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바둑 강국인 한국에 가면 매일 강자들과
겨뤄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죠.

#.6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긴 했지만
우크라이나에도 여자 바둑기사가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결국 학업을 포기하고 엄마와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죠.

#.7
한국 유학 초기에는 바둑학원에서 바둑을 배웠고
이후에는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가 바둑에 빠져살았습니다.
연구생들은 모두 프로를 꿈꾸는 유망주들로 서로 실력을 겨루죠.
제일 잘하는 순서대로 1조부터 4조까지 그룹을 나누는데
프로 데뷔 전 저는 1조 5위까지도 올랐습니다.

#.8
2012년 저는 드디어 프로 바둑기사로 특별 입단했습니다.
특별 입단은 일정 수준을 갖춘 외국인을 입단대회 없이
프로로 데뷔시켜주는 제도인데요.
바둑 문화를 세계에 보급한다는 취지죠.
현재 국내 프로 바둑기사 354명 중 저를 포함한 외국인은 4명입니다.

#.9
아직 경험과 나이 부족으로 성적은 형편없습니다.

프로 데뷔 후 첫 승의 기쁨은 2014년 7월
무려 28연패를 견디고 나서야 이뤄졌죠.

#.10
바둑대회 상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경기가 없을 땐
외국인 청취자를 위한 라디오방송 DJ, 바둑 강사 등으로 일합니다.
함께 한국에 온 어머니도 학생들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치며 조금씩
돈을 벌고 있어요.
녹록치 않은 생활이지만 바둑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11
바둑은 저의 미래이자 꿈입니다.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가
한국 바둑을 전파하고 싶어요.
그 날까지 바둑을 열심히 두겠습니다!

원본: 송충현 기자
기획·제작: 김재형 기자 · 이고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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