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BI, 애플 도움 없이 아이폰 잠금장치 풀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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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법무부, 해제 협조요청 취하… 이스라엘 업체가 기술제공 추정
철벽보안 자랑하던 애플 큰 흠집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애플의 도움 없이 총기 테러범이 사용하던 아이폰 5C의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데 성공했다. 국익과 사생활 보호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은 일단락됐지만 다음 달 1일 창립 40주년을 맞는 애플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아이폰 보안 체계가 뚫려 명성에 큰 흠집이 나게 됐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8일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소재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던 아이폰 잠금 해제 협조 강제 요청을 취하했다. 법무부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샌버너디노에서 14명을 사살한 범인인 사이드 파루크의 아이폰 정보에 접근했기 때문에 더 이상 애플의 협조가 필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기술로 아이폰 잠금 해제에 성공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아이폰은 10번 이상 암호가 틀릴 경우 안에 있는 데이터가 삭제되도록 돼 있어 무한정 반복해 암호를 찾는 방식으론 해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아이폰을 해킹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회사는 2013년 FBI와 독점 서비스 계약을 맺은 이스라엘 전문 업체 ‘셀레브라이트’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아이폰 해킹에 휴대전화 플래시메모리를 복제해 암호를 추론하는 방식인 ‘낸드 미러링(NAND mirroring)’ 방식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이폰 해킹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일본 아이치 현에 있는 선전자의 주가가 순식간에 14.32%나 폭등했다. 선전자는 2007년 셀레브라이트를 인수해 자회사로 만들었다.

반면 보안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사실이 전 세계에 공개된 애플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셀레브라이트는 세계 각국의 수사 당국과 군 당국을 고객으로 두고 있어 외국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아이폰을 해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방송은 “애플이 보안 침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둘러 보완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을 포함한 일부 외신은 FBI가 이번에 발견한 아이폰5C의 보안 취약점을 애플에 알려줘야 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민의 보안에 구멍이 뚫린 이상 이번에는 FBI가 애플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플의 협조 거부로 단단히 화가 난 FBI가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FBI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취약점이고 이를 고지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美fbi#애플#아이폰#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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