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7兆 FX사업 ‘군피아’ 비리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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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2400억 격납고 수주 경쟁… 軍예비역 영입해 상품권 로비 정황
현역군인 심사위원 40명 전원 교체

사업비 7조3400억 원을 들여 F-35A 전투기 40대를 미국 록히드마틴사로부터 들여오는 차기전투기(FX) 사업에 금품 로비 의혹이 제기됐다. 국내 경쟁 업체들이 2400억 원 규모의 격납고(전투기 보관·정비 시설) 건설 사업을 따내기 위해 현역 군인 심사위원들과 이들의 상관을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청와대에까지 보고되면서 현역 심사위원 40명이 업체 최종 선정을 목전에 두고 전원 교체됐다.

28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 특별건설기술심의위원회는 2018년부터 순차로 도입될 차기전투기의 격납고 건설 최종 후보 업체인 대기업 계열사 A사와 대형 건설사 B사가 제출한 설계도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이 위원회에는 각 군 공병·시설 병과의 영관급 이상 장교 40명과 민간 전문가 28명 등 68명이 심사위원으로 포함됐다.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기무 요원들은 두 건설사가 최종 심사를 앞두고 대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위원회 소속 현역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와 B사가 공병 병과 출신 예비역들을 영입한 뒤 이들을 활용해 지난해 10월부터 경쟁적으로 로비를 한 정황이 파악됐다는 것이다.


▼ 심사군인의 상관에도 로비 정황… 靑 보고 후 물갈이 ▼


일부 현역 심사위원에게 모바일 상품권 등을 줬고, 직접 로비가 통하지 않으면 이들의 상관에게 로비를 한 정황이 있다는 첩보도 입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가 파악한 첩보는 이달 중순 대통령민정수석실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기술 이전 문제로 이미 진통을 겪었던 청와대는 FX 격납고 로비 의혹까지 불거지자 특단의 조치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아예 현역 심사위원 40명 전원을 25일까지 순차적으로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가 FX 격납고 건설사를 최종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로비 의혹에 따라 현역 심사위원 40명 전원을 교체하려 하자 반발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 심사위원은 “나는 아무것도 받은 게 없는데 왜 교체돼야 하느냐” “무슨 증거로 교체하느냐”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21일부터 ‘자발적 사퇴서’를 받는 형식으로 교체 작업을 시작했지만 이들의 강력한 반발로 시간이 걸렸다. 이런 과정에서 10명 안팎이 ‘자발적 사퇴’를 거부하는 바람에 25일에야 전원 교체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와 동시에 새로운 현역 심사위원들을 위원회에 위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일단 이들에게 로비가 시도된 정황이 포착된 만큼 사안의 규모와 성격상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전원 교체한 뒤 새로 임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새로 임명된 현역 40명과 민간 전문가 28명 가운데 최종적으로 20명을 선정해 28일부터 경기 양평 모처에서 설계도 최종 심사 작업에 들어갔다. 최종 심사일 직전 심사위원 중 현역 전원이 교체되는 등 홍역을 치른 셈이다. 위원회는 31일까지 심사를 진행한 뒤 다음 달 1일 최종 선정 업체를 발표할 계획이다. 로비 의혹 파문이 벌어진 국방부 특별건설기술심의위원회는 군사 기밀과 관련된 건설 공사의 설계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시 위원회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fx#군피아#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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