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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80%가 부모… “내가 양육” 주장땐 다시 공포의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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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80%가 부모… “내가 양육” 주장땐 다시 공포의 집으로

김도형기자 , 박창규기자 입력 2016-03-22 03:00수정 2016-03-22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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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로]<上>벗어나기 힘든 친권의 덫 《 자녀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이유도 갖가지다. 대소변을 못 가린다거나 내 배에서 나온 자식이 아니라고, 울며 자신들의 일을 방해한다며 폭력을 행사하거나 방치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 따로 없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미취학 어린이와 장기 결석 학생에 대해 일제 점검을 벌인 데 이어 이달부터 의료기록이 없는 영유아까지 점검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 아이는 내 맘대로”라며 지나치게 ‘친권’을 강조하는 부모들과 이를 보고도 눈감는 이웃의 무관심이 이어진다면 아동학대는 우리 주위에서 계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계속 불거지고 있는 아동학대를 뿌리 뽑기 위해 필요한 방안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본다. 》

“아이가 상처받을 것 같아요. 내가 키울게요.”

두 달 전만 해도 장기보호시설에 아이를 맡기자는 제안에 동의했던 그였다. 아이의 종아리와 허벅지에 남아 있던 붉고 선명한 회초리 자국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아버지의 말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아무리 계모가 학대를 일삼는다고 해도 친아버지가 거부한다면 자녀 격리를 강하게 주장하기란 무리이기 때문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빈손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이후 추가로 학대받은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부모는 가정방문을 꺼렸다. 이에 아이에 대한 관리는 2015년 4월로 종결됐다. 그 후 10개월, 계모에게 계속 학대받던 아이는 결국 숨을 거뒀다. 아이는 경기 평택의 한 야산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신원영 군(7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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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이가 2014년 7월 격리 조치만 제대로 받았다면 지긋지긋한 학대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친아버지의 강력한 주장에 떠밀려 학대를 막지 못한 결과 아이의 죽음을 불러왔다.

○ “내 아이 내가 키운다는데 무슨 말이 많아”

최근 드러난 아동학대 가해자의 대다수는 부모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4년까지 학대행위자가 부모인 경우는 매년 80%를 넘고 있다. 한 번 학대했던 부모가 자녀를 또다시 학대하는 일도 빈번하다. 2014년 기관 및 경찰에 접수된 재학대 사례 1027건 중 896건(87.2%)이 부모의 학대였다. 아이를 보낼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가정으로 돌려보내다 보니 다시금 학대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친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 풍토와 무관치 않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학대 피해를 입은 어린이에게 피해아동보호명령을 내린 205건 가운데 학대 부모의 친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정지한 경우는 43건에 그쳤다.

부모가 정상적인 양육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어도 친권을 박탈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7월 숨진 두 살배기 허모 군 사례가 대표적이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허 군은 2014년 2월 아버지에게 뺨을 맞았다. 부모의 부부싸움 중에 김치통을 엎고 말썽을 부렸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어머니 변모 씨(44)의 신고로 아버지는 80시간 상담교육을 받는 보호처분 결정을, 허 군은 지역아동보호기관 격리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격리 조치는 오래가지 않았다. 변 씨가 청와대에 “내 아이를 돌려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웃들은 변 씨가 심한 우울증을 앓는 데다 지적장애 3급이어서 양육이 어렵다고 봤지만 허 군은 2014년 12월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 6개월 뒤 변 씨는 허 군이 자지러지게 운다는 이유로 입을 스타킹으로 묶었고 허 군은 결국 숨을 거뒀다.

○ “남의 집안일 참견 마”

정부는 아동복지법을 개정하면서 친권상실선고를 청구하는 요청권자를 아동보호전문기관장, 복지시설관장, 학교장까지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부모임을 주장하며 학대 아동의 격리를 막는 행태가 여전하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의 한 지역아동센터 직원은 지난해 말 한 초등학생의 몸에서 멍을 발견하고 학생의 아버지를 고발했다가 조사를 받은 아버지에게 “당신이 뭔데 남의 집 일에 참견을 하느냐”는 폭언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있는 부모로부터 아이를 격리할 시스템을 확보해야 학대를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대 아동을 강제로라도 가능한 한 빨리 부모에게서 떼어놓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창규 kyu@donga.com·김도형 기자
#친권#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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