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은 냉철한 행동주의자, 코딜리아는 소통장애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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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곤 교수 저 ‘휘둘리지 않는 힘’… 셰익스피어 4대비극 속 인물 분석
“욕망과 아집, 열등감 때문에 파멸”

김무곤 교수는 “주위 사람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들에겐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삶을 결정하는 힘을 스스로에게서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
했다. 동아일보DB
김무곤 교수는 “주위 사람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들에겐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삶을 결정하는 힘을 스스로에게서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 했다. 동아일보DB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에 나오는 인물을 새롭게 분석한 책이 나왔다.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55)가 쓴 ‘휘둘리지 않는 힘’(더숲)이다.

셰익스피어의 400주기인 올해 이 책은 눈길을 끈다. 신방과 교수가 왜 셰익스피어에 빠져들었을까. 그는 2013년부터 학생들과 독서클럽 활동을 하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다시 읽게 됐다. 인물들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보였고 강렬하게 매료됐다. 최근 만난 김 교수는 갑상샘 수술을 받아 목에 거즈를 붙이고 입술도 부르터 있었지만 주요 인물 9명을 말할 때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햄릿은 복수를 위해 사랑도 버리고 계획을 세워 치밀하게 움직였어요. 죽는 순간에도 따라서 자결하려는 친구 허레이쇼에게 ‘살아남아 자신의 정당성을 알려 달라’고 할 만큼 철두철미했고요. 이런 인물이 우유부단한가요?”

리어왕의 셋째 딸 코딜리아는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묻는 늙은 아버지가 원하는 답을 뻔히 알고 있었지만 끝내 말해주지 않았다. “상대방과의 조화로운 소통이 대화의 핵심이라는 걸 모르는 소통장애자예요. 비극이 벌어질 걸 예견하면서도 신념만 고집한 지혜 없는 우등생이랄까요.”

맥베스는 실력에 인품까지 갖춘 ‘엄친아’였지만 유일한 한 가지, 정통성만 없었다. 결국 정통성 부재에 집착하다 몰락한다. “권력을 잡은 즉시 뭔가 했어야 합니다. 칭기즈칸처럼 정복전쟁에 나서든지 링컨처럼 노예해방을 하든지…. 그래야 조직을 장악할 수 있어요.”

‘종이책 읽기를 권함’(더숲)을 낸 독서광에다 커뮤니케이션학을 비롯해 경영학 정치학 사회심리학 등 그가 공부한 학문을 총동원했다. 1년 6개월이 걸린 작업 과정은 혹독했다. 비극의 인물들에게 빠져들면서 탈진했기 때문이다. 체력을 자신한 그였지만 두 번이나 앓아누웠다. “감히 비전공자가 덤벼도 되는지 수백 번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100명에게는 100명의 셰익스피어가 있다’는 말에 힘을 얻었습니다.”

그가 보기에 셰익스피어의 인물들을 비극으로 몰고 간 건 자신의 욕망과 아집, 열등감 때문이었다.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도, 스스로를 지키는 힘도 결국 내 안에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학생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김무곤#휘둘리지 않는 힘#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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