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농업 농촌업그레이드]국산 전통 와인 ‘복분자’, 품질향상 통해 수출 날개 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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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당-전북 고창군, 복분자 품종향상 통해 중국 첫 수출길
2004년 농촌진흥청과 공동 국내 최초 양조용 쌀 설갱미 개발
한국의 ‘소펙사’ 농식품 수출협의회… 中 온·오프라인서 성과
日 엔화 약세와 주요 수출국 비관세장벽 강화 넘어야


좋은 술을 빚는 3대 조건은 첫째는 재료, 둘째는 물, 셋째는 기술이다. 먼저,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서는 좋은 쌀을 사용해야 한다. 와인도 품질의 90%를 포도가 결정한다. 그래서 좋은 와인 빚기는 포도 농사에서 시작된다고들 말한다. 일본인들은 사케를 만들기 위해 양조미를 따로 재배한다. 좋은 막걸리의 제1조건도 좋은 쌀이다. 우리나라 땅에서 나는 쌀이되, 양조업자가 잘 관리해야 한다. 좋은 요리는 좋은 식재료에서 완성되는 것처럼, 술 또한 먹기도 아까운 재료로 빚어야 좋은 술이 나온다.

이를 위해 프랑스의 경우 ‘민간 품질인증제도’를 도입했다. ‘민간 품질인증제도’란 생산자 연합과 사업자 연합 조직, 유통조직 등 식품 공급 사슬 전반에 걸친 민간 품질인증이다. 또한 민간 인증에 의한 품질인증제도 외에 프랑스 정부는 표준화 정책을 통해 프랑스산 농식품에 대한 품질을 확보하고 있다. 1926년에 창설된 프랑스 표준화 위원회(AFNOR·Association Fran¤aise de Normalisation)는 산업부장관 승인 아래 3000여 사업체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을 정도의 규모다.

복분자주 ‘명작’ 세계에서 통하는 명주

국내 1등급 복분자로 만든 상품이 해외로 ‘쭉쭉’ 뻗어나가고 있다. 올 8월 ‘명작’ 복분자주가 중국 첫 수출길에 오른 이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첫 수출 물량은 ‘명작’ 복분자주 1만5000여 병이지만, 하반기 추가로 50만 달러(약 6억 원)의 수출이 진행된다.

명작 복분자주는 100% 고창 복분자만을 원료로 만들며, 총 8차례 수확기 중 과실이 튼실한 복분자만을 엄선해서 만드는 프리미엄 술이다. 이를 위해 2007년 국순당은 전북 고창 지역의 농가와 함께 ‘공동출자’해 복분자주 전문 업체 ‘국순당 고창명주’를 설립했다. 고창군 심원면의 복분자 생산 농민 420명이 국순당 고창명주의 지분 70%를, 국순당이 30%를 갖고 있다. 농민들은 복분자의 재배와 관리를 맡고 회사는 발효와 제조기술 지원, 마케팅과 유통을 맡았다.

국순당 고창명주에서 처음 출시한 상품인 ‘명작’ 복분자주는 판매 6개월 만에 약 5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 사례는 농민과 기업이 협업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소문이 나면서 국내외 관심 또한 뜨겁다. 일본의 방송에서 공무원, 기업인, 언론인 등 60여 명이 방문해 국순당 고창명주의 사례를 취재하기도 했다.

국순당-농가 상생협약, 해외수출로 이어져


앞서 2004년 국순당은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술 재료로 사용할 쌀을 개발했다. ‘설갱미’라는 국내 최초의 양조용 쌀이다. 일반미의 가공성을 높이기 위해 품종을 개량한 것이다. ‘설갱’ 품종은 1991년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에서 육성해 2001년에 등록한 벼 품종으로, 찹쌀 외관의 뽀얀 멥쌀로 일반미보다 더 불투명하다.

설갱미는 미세한 구멍이 많아 잘 부서져 양조 가공성이 뛰어나다. 또한 단백질 함량이 적어 맛이 부드럽고 깔끔하며, 유리당과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다. 국순당은 백세주를 비롯해 백세주담, 자양백세주, 고시레 막걸리, 미몽 막걸리 등에 설갱미를 사용하고 있다.

이 설갱미는 농가와의 약속 재배를 통해 길러진다. 특수미를 개발했다 해도, 판로가 확보되지 않으면 농민들이 마음껏 재배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했다.

우리 국산쌀로 빚은 프리미엄급 전통주가 상품화된 것은 품질이 일정한 설갱미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농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매년 사용할 물량을 미리 농가와 계약하여 공급을 받아 수입원료에 의존하던 비정상적인 관행에서 벗어난 것이다. 국수당은 좋은 원료를 미리 확보할 수 있어 좋고, 농가는 안정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기업과 농민 모두 상생하는 합리적인 생산-소비의 정상화 모델이다. 아직 재배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약속 재배’다. 국순당은 좋은 원료를 미리 확보할 수 있어 좋고, 농가는 안정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기업과 농민 모두 상생하는 모델이다. 국순당은 강원 횡성, 경북 안동, 충북 음성, 증평, 진천 지역 294곳의 농가와 약속 재배를 체결해 수매하고 있다.

2009년 3월에는 문화재청과 ‘한 문화재 한 지킴이’ 협약을 맺고 무형문화재 전승기반 활성화와 전통문화 계승 발전을 위해 ‘조선왕조 궁중음식(중요무형 문화재 제38호)’의 궁중병과 종목과 전통 민속주 제조의 ‘면천두견주(중요무형문화재 제86-나호)’ 종목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 코냑 회사에 투자해 프랑스 증류 방식의 노하우와 국순당의 제조방식을 접목함으로써 전통주의 고급화와 함께 세계 진출 또한 준비하고 있다.

국순당 고창명주 이용무 공장장은 “기업과 농민이 손잡은 국순당 고창명주의 성공은 다른 지역에도 식품 클러스터를 육성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될 뿐 아니라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농가의 활로를 여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 수출협의회, 해외서 적극적 판로 개척

이와 함께 한국의 ‘소펙사(SOPEXA)’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설립한 ‘농수산식품 수출개척협의회’가 중국 등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펙사’는 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SOPEXA)로서 1961년 프랑스산 식품 및 농산물 판매 촉진을 위해 설립됐다. 프랑스산 농산물의 해외 진출 시작 단계에서 제품 판매에 이르기까지 관련 업체들의 컨설턴트 역할을 국가가 맡은 것이다. 소펙사는 현재 한국을 비롯한 총 35개국에 진출해 41개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소펙사 코리아’ 역시 ‘한국 소믈리에 대회’나 ‘프랑스산 돈육 세미나’, ‘부르고뉴 와인 시음회’ 등 다양한 국내 마케팅 활동을 통해 프랑스 농산물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 결과 프랑스 농업 생산규모는 전 세계 6위로 EU 전체 농업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와인과 치즈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농식품 수출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국산 농식품 수출 실적은 50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가 전체 산업 수출액 증가율을 훨씬 웃도는 숫자다.

정부는 해외 현지에서 적극적인 판로 개척에 나섰다. 중국의 알리바바그룹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과 옌타이 시 백화점 내에 한국식품 전용관을 개설했다. 또한 CJ 중국법인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중국내 TV홈쇼핑 진출 기반도 마련했다.

이는 중국 내 온·오프라인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티몰 입점브랜드는 154개로 증가했으며 품목 수 역시 개설전보다 300여 개 늘어난 1235개로 증가했다. 또한 우리 농수산식품의 고품질 이미지 구축과 인지도 제고를 위한 국내외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K푸드 페어(K-Food Fair)’를 개최하며 총 92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을 일궈냈다. 또한 올 9월에는 일본시장 회복을 위한 ‘대일(對日) 수출확대 행사’를 개최하고 95개 신상품을 소개했다.

중동시장 수출 확대를 위한 노력도 빛났다. 올 3월 할랄식품 사업단 구성을 통해 제품 개발및 인증 취득 지원에 나서며 중동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수산업체 30개사가 할랄 인증 취득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수출을 위한 장벽도 남아 있다. 일본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데다, 중국·아세안 등 신흥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수축 확대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요 수출국들이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올 12월 사과나 단감·유제품 등 국내 수급 불안 품목 중심으로 중국 아세안 미국 등에서 대형유통업체 판촉을 준비 중이다. 또한 방한 외국인 대상으로 인사동에 한국 농식품 홍보관 설치와 ‘K-Fish’ 상표 등록 및 농수산식품 수출상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중국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 농식품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對)중국 수출 추진단 구성과 함께 쌀과 삼계탕의 조기 수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중국 온라인 쇼핑몰 내 한국 농식품관 추가 개설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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