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 인데…” 보이스피싱, 금감원 간부 실명까지 사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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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에 사는 40대 강모 씨는 국제전화로 추정되는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전화 건너편 남성은 강 씨에게 “통장이 잘못 개설됐다. 곧 조성목 금융감독원 과장이 전화할테니 시키는 대로 하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곧이어 조성목 금감원 과장이라고 밝힌 남성의 전화가 강 씨에게 걸려왔다. 그는 강 씨에게 “은행에 있는 돈을 전부 찾아 현찰로 준비해 집에 보관하면 금감원 직원이 찾으러 가겠다”고 말했다. 수상하게 여긴 강 씨는 금감원에 이런 사실을 알려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최근 금융사기 대응을 총지휘하는 금감원 간부의 실명을 사칭한 보이스피싱까지 발생했다. 사기범은 ‘조성목 과장’이라고 직급은 다르게 말했지만 금감원에는 실제로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대응을 총괄하는 조성목 서민금융지원국장이 있다.

23일 금감원에 따르면 14~20일 일주일간 조성목 국장의 이름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전화를 받았다는 피해자의 신고가 금감원에 6건 접수됐다.

사기범들은 주로 피해자에게 계좌의 돈을 꺼내 직접 보관하도록 시킨 뒤 현금을 가져가는 ‘현금수취형’ 수법을 썼다. 사기범들은 현금을 보관 중인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가짜 신분증을 보여준 뒤 돈을 받아가거나 아예 보관 장소에 침입해 돈을 훔쳐가기도 한다. 최근 대포통장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나온 수법이다. 이번에 금감원에 신고된 6건의 피해자들은 다행히 현금을 건네주지는 않았다.

금감원은 “인터넷에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실제 목소리를 공개한 뒤로 금융사기범들이 녹음을 꺼려 통화시간을 짧게 한 뒤 현금을 갈취해 가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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