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첫 압수수색… 경찰 무전기-헬멧-손도끼 나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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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8개단체 12곳 22일 동시 수색… 시위무기 의심 절단기-밧줄도 발견
PC 52대중 46대 저장장치 사라져… 민노총 “집회와는 관련 없는 물건들”

경찰이 21일 민주노총 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물품을 공개하고 있다. 압수품 중에는 경찰 무전기와 헬멧을 포함해 손도끼, 해머, 절단기, 밧줄 등도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찰이 21일 민주노총 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물품을 공개하고 있다. 압수품 중에는 경찰 무전기와 헬멧을 포함해 손도끼, 해머, 절단기, 밧줄 등도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찰이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 때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2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산별노조 등 8개 단체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특히 압수수색 직전 조직적인 증거 인멸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불법 폭력시위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7시 반부터 약 9시간 동안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와 서울본부, 금속노조 본부와 서울지부, 건설산업노조 건설노조 플랜트노조 공공운수노조 등 8개 단체의 사무실 12곳을 압수수색했다.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은 1995년 단체 설립 이후 처음이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노총 일부 사무실에서 압수한 컴퓨터 52대 중 46대의 저장장치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22일 “업무용으로 쓰이는 컴퓨터의 탈착식 저장장치를 조합원들이 외부에 갖고 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문서 파쇄 등을 지시한 정황도 있다”고 말했다.

압수품 중에는 경찰에게서 뺏은 것으로 보이는 경찰 무전기 2대, 경찰 진압 헬멧 1개가 포함됐다. 불법 시위에 사용될 수 있는 손도끼 1개, 해머 7개, 절단기 7개, 노루발못뽑이(속칭 ‘빠루’) 2개, 밧줄 7개 등도 나왔다. 시위용 물품을 시위 현장까지 운반한 승합차 3대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 단체들이 폭력 시위를 기획하고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압수품을 신속하고 면밀히 분석해 불법 폭력시위의 전모를 밝혀내고 불법 시위자와 기획자, 배후세력까지 모두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경찰 무전기는 집회 현장에서 조합원이 주워 경찰에게 돌려주려던 것”이라며 “밧줄, 손도끼, 절단기도 이번 시위와 아무 관련이 없는 물건”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일 경찰은 이번 시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 별도의 민사소송 준비팀을 만들었다. 정용선 경찰청 수사국장은 준법 집회시위가 정착될 때까지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며 “다음 달 5일 예고된 2차 투쟁대회에서도 불법 폭력행위는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시위와 관련해 217명을 수사 중이며 이 중 7명을 구속하고 4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투쟁본부 측은 “폭력 사태의 근본 원인은 차벽과 경찰 2만여 명을 동원해 시민의 이동을 막은 정부의 원천 봉쇄에 있다”며 “다음 달 5일 다시 한 번 민중의 요구를 분명히 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재형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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